부시 '리버먼 구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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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미국 백악관이 야당인 민주당의 거물 조셉 리버먼(사진) 상원의원 살리기에 나섰다. 2000년 대선 때 민주당 부통령 후보였고, 상원 중진(3선)인 리버먼은 열흘 전인 8일 코네티컷주 민주당 상원의원 후보를 뽑는 예비선거에서 신인인 네드 러몬트에게 패했다. 리버먼이 줄기차게 이라크전을 지지해 온 게 패인이었다.

하지만 리버먼은 경선 결과를 무시하고 11월 7일 실시될 본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할 예정이다. 한국의 선거법은 경선 결과에 불복하면 본선에 출마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미국은 그런 법이 없다.

백악관은 15일(현지시간) 민주당원들에게 많은 욕을 먹으면서도 이라크전을 지지해온 리버먼에게 보은의 메시지를 보냈다. 토니 스노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우리는 코네티컷주 상원의원 선거에서 어느 후보도 지지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지역 상원의원 공화당 후보로 확정된 앨런 슐레진저를 지지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다.

코네티컷주 공화당 지부가 그렇게 제안해 따르기로 했다고 한다. 로이터 통신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공화당 후보를 지지하지 않겠다고 밝힌 건 아주 이례적"이라고 보도했다. 스노 대변인은 까닭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다만 "과거 선거에서도 당의 후보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서 대통령이 거리를 둔 적이 있었다"고만 말했다.

백악관이 공화당 후보를 외면하기로 한 것은 결국 리버먼의 당선을 돕겠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리버먼의 승리를 통해 이라크전의 정당성을 과시하겠다는 심산이라는 것이다. 리버먼이 이길 경우 부시 대통령은 "미국 국민의 뜻은 이라크전을 반대하는 민주당 당원들의 생각과는 다르다"며 반전 여론을 제압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이 리버먼을 사실상 지지하고 나섬에 따라 슐레진저 후보에 대한 당내의 사퇴 압박이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 소속 조디 렐 코네티컷 주지사는 이미 슐레진저에게 중도 하차할 것을 종용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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