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동에 150평 임대한 까닭은 … 황우석 연구 재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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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가 연구활동을 재개한 서울 구로디지털단지 내 T물산 사옥 전경.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

줄기세포 파문의 장본인인 황우석(사진) 전 서울대 교수가 서울 구로디지털단지에 연구실을 열고 연구 활동을 재개했다. 본지가 17일 과학기술부를 통해 확인한 황씨의 법인 설립 신고서에 따르면 그는 지난달 중순 재단법인 성격의 '수암생명공학연구원'을 설립했다.

법인 대표이사 난에는 황씨와 동향인 충남 부여 출신의 박병수씨가 기재됐다. 박 대표는 충남에서 사학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단의 총 재산은 25억원 규모다. 과기부는 민법 등 관련 규정에 의거해 지난달 14일 재단법인 설립을 최종 허가했다. 과기부 관계자는 "연구소 시설을 갖추고 그 목적이 온당하면 누구나 재단법인을 설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고서에 적힌 설립 목적은 ▶바이오 신소재 탐색 및 개발 사업▶동물 줄기세포 연구 사업 및 동물복제 연구사업▶바이오 장기 생산 연구 등 여덟 가지 연구사업이다. 생명공학 전문가들은 황씨가 줄기세포 연구용 난자를 구하기 힘든 만큼 우선 무균 돼지를 이용한 이종 장기 연구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소 위치는 의류 수출 업체인 T물산 사옥이 들어선 건물로 외부인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된다. 연구실 내부 사진 촬영은 물론 취재기자의 방문조차 허용되지 않았다. 이 일대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당초 황씨는 자신의 변호인인 이건행 변호사 등 5명과 함께 구로 및 가산 디지털단지 내 200평 규모의 아파트형 공장을 분양받으려 했다. 열 군데쯤 둘러봤지만 아파트형 공장은 주변의 시선을 피하기 힘들 정도로 유동인구가 많아 입주를 포기했다는 것이다. 결국 지난달 20일께 현재의 건물 150평 공간에 둥지를 틀었다.

건물주인 T물산의 임병태(72) 회장 또한 충남 부여 출신으로 황씨와 대전고 및 서울대 선후배 사이다. 임 회장은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난달 임대 계약을 할 때 황씨를 처음 만났다"며 "때마침 사무실 공간이 비어 있었고, 시세에 부합하는 임대료를 받기로 하고 계약을 했다"고 말했다. 황씨 연구소 같은 입지의 이 일대 사무실 임대료는 150평에 보증금 5000만원, 월세 500만원 수준이다.

황씨는 서울대 수의대에서 함께 일한 대학원생 20여 명을 연구원으로 채용했다. 그와 같은 연구팀이었던 이병천.강성근 교수는 새 연구소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횡령 등 혐의로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황씨와 별도로 다른 변호사를 선임한 상태다. 황씨 연구소에 합류한 서울대 수의대 대학원생 A씨는 "아무 것도 없는'제로(Zero)' 상태에서 담담한 마음으로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다"며 "이곳에서 연구한 결과를 토대로 학위를 받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양일석 서울대 수의대학장은 "(황씨가) 대학원생들과 함께 일하고 있지만 줄기세포주를 포함한 실험 시료와 기자재는 서울대 재산이어서 반출을 금했다"고 말했다. 이건행 변호사는 "연구실이 일반에 노출되면 연구 활동에 방해를 받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심재우.임장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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