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만불의 사나이' 가능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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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눈은 망원렌즈처럼 멀리 있는 것을 당겨서 볼 수 있고, 두 다리로는 시속 100㎞로 달린다. 한 손은 철봉을 엿가락처럼 휠 수 있는 힘이 있어 악당들을 시원하게 쳐부수기까지 한다. 그런 초능력 사이보그가 나올 수 있을까.

각국의 과학자들은 600만불의 사나이를 재연할 수 있는 인공 눈과 다리.팔 등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4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실험 생물학'세미나에서는 '600만불의 사나이'라는 제목의 심포지엄을 열기도 했다. 기술 수준은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러나 오스틴 대령과 같이 신체 장애를 입은 사람들에게 인공 눈이나 팔 등을 부착해 일상 생활을 어느 정도 할 수 있게 할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다.

◆인공 눈=미국 스탠퍼드대 안과학과 대니얼 팔랜커 박사팀은 인공 눈을 설계해 올해 공개했다.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영상은 인공 망막으로 전달된 뒤 시신경을 타고 뇌로 보낼 수 있는 것이다.

눈의 망막 자리에 심어진 빛 감지 칩은 3㎜ 정도로 작다. 인공 눈에는 전지가 내장돼 있다. 이 인공 눈을 심으면 한번에 10도 정도의 시야를 볼 수 있다. 인공눈은 시신경이 살아 있으면 심을 수 있다.

인공 눈으로 꽃을 본다고 치자. 꽃 영상은 비디오 카메라로 들어간다. 이는 다시 지갑 크기의 컴퓨터로 보내 영상을 처리해 특수 안경에 장착된 적외선 액정 다이오드 화면으로 무선으로 전송한다.

그 영상이 광센서로 만들어진 인공 망막을 자극해 전기신호로 만든다. 그 신호가 뇌로 가 뇌에서 꽃을 알아본다. 이 인공 눈은 앞으로 2년 정도면 인공 눈을 사람한테 실험할 수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예상했다. 이 인공 눈이 실용화되면 눈이 먼 사람도 0.25 정도의 시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인공 팔=미국 럿거스대 윌리엄 크래리우스 박사는 움직일 수 있는 손가락이 달린 의수 '덱스트라(Dextra)'를 개발했다. 손가락은 의수 착용자가 다치기 전 손가락을 움직이듯 손가락을 움직이려고 하면 의수가 알아서 그 신호를 전달해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즉, 정상적인 손을 가진 사람은 뇌에서 '엄지 손가락을 펴라'고 하면 그 신호는 신경을 타고 손가락으로 가 펴도록 한다. 손목이 잘린 사람도 이런 신경망은 살아 있다. 크래리우스 박사는 이런 신경에서 오는 신호를 판독해 손가락을 움직이게 할 수 있는 의수를 만든 것이다. 연구팀은 이 의수로 손가락 세 개까지 움직이게 했다. 만약 좀 더 기술이 개발되면 의수를 차고 피아노를 치거나 글씨를 쓸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보조 다리=옷처럼 양다리에 입을 수 있는 보조다리다. 40여 종의 각종 센서와 컴퓨터로 구성돼 있으며, 이름은 '블릭스(Bleex)'다. 미국 버클리캘리포니아대 호마윤 카제루니 박사팀이 개발했다. 다리에 부목을 댄 것 같은 형태의 보조 다리를 착용하면 4.5㎏의 물건을 들 수 있는 체력으로도 90㎏의 물건을 손 쉽게 짊어질 수 있다.

보조 다리가 물건의 무게를 지탱해주기 때문이다. 보조 다리는 다리 근육 움직임에 맞춰 같이 움직이기 때문에 뻣뻣한 나무 부목과는 완전히 다르다.

일본 산악인들은 일본 쓰쿠바대에서 개발한 보조 다리를 차고 장애인을 업고 이달 들어 해발 4164m의 알프스 브라이트호른봉 등정에 나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고산 등정 때는 자신의 짐도 감당하기 어렵다. 그러나 보조 다리를 착용하게 되면 거의 힘을 들이지 않고도 장애인을 업고 오를 수 있다.

이런 보조 다리는 노약자가 스스로 활동할 수 있게 하거나 군인이 전장에서 무거운 짐을 지고 다닐 수 있게 한다.그러나 인공 눈이나 의수가 생체 신경과 제대로 연결돼 작동하도록 하는 게 가장 큰 난제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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