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신기원 연 80년대 한국스포츠 - 골프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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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80년대 스포츠계의 괄목할만한 현상 중 골프붐은 마치 광란지세(광란지세)를 방불케 할 정도다.
골프장 내장객의 증가, 골프장 증설, 그리고 골프용품의 수입추세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생활의 여유가 생기면서 보는 스포츠에서 참여하는 스포츠로 양상이 바뀌어 70년대에는 도처에 테니스 애호가들이 판을 쳤다.
또 80년대 들어 국민 개인소득이 2천달러를 넘어서면서 귀족스포츠로 불리던 골프붐이 일어난 것은 자연적 추세로 볼 수도 있다. 특히 86, 88 양대 스포츠제전을 치르면서 사회체육 확산과 함께 골프붐을 부채질해 골프인구는 70년대 말 10만명에서 10년만에 60만명으로 늘어나 6배의 엄청난 신장률을 보이고 있다.
골프붐을 촉발시킨 또 하나의 요인으로는 86년부터 대학입시 체육특기자로 골프종목을 추가한 것을 꼽고 있다. 회오리와 같이 골프광풍(광풍)이 일어나면서 골프장 내장객, 골프장 신설, 그리고 골프용품 수입 등도 마구 늘어나고 골프장 회원권 가격까지 덩달아 엄청나게 뛰는 등 우려할 정도로까지 과현상을 보이고있다.
골프장 내장객은 지난80년 71만여명에서 매년 20%이상씩 늘어나 89년에는 3백만명이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또 골프회원권은 마치 아파트 등 부동산투기마냥 투기대상으로 되어 서울근교 명문골프장 중에는 웬만한 집 한채값인 1억원이 넘는 곳도 있다.
60만 골프인구 중 회원권소유자는 6만명에 지나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희소가치까지 있어 회원권 가격을 뛰게 만든 요인이 되고 있다. 86년 여름께부터 천정부지(천정부지)로 폭등하기 시작한 회원권 가격은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다. 현재 국내 최고가격인 1억7천여만원을 호가하는 서울CC의 회원권은 86년7월께엔 4천만원 정도였던 것으로 3년만에 4배 이상이 올라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기이한(?) 현상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다.
이같은 현재의 시세도 최근 세무사찰 등으로 크게 떨어진 것이란 점을 감안하면 한국사회의 부조리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이같은 비정상적 현상 속에 큰 용지가 필요한 골프장건설에 대한 승인여부는 5공화국 때까지는 소위 고위층의 허가가 필요한 내인가(내인가)가 필수사항으로 돼 공공연하게 수십억원이 오가는 비리의 표본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이같은 비리가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자 6공화국은 골프장 허가권을 지난해 7월 시·도로 이관했으며 지도관리부처도 교통부에서 체육부로 넘겼다.
이같이 되자 지난해 9월부터 골프장 승인신청이 마구 쇄도, 1년만에 건설중이거나 허가가 난 것과 승인신청 등을 합하면 무려 97개나 된다.
이는 기존 골프장 49개의 2배나 되는 엄청난 증가인 것이다. 이같이 골프장이 1백40여개로 늘어날 경우 현재 전국택지 1억2천8백만평의 절반에 달하는 6천1백여만평이 골프장으로 바뀌게되는 셈이다.
골프장이 우후죽순처럼 증가일로에 있는 것은 앞으로 지방자치제에 대비, 매년 20억원 정도씩 거둬들일 수 있는 세수증대를 위해 허가권을 가진 시·도가 마구 승인을 해주고 있으며 근본적으로 골프장사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최대 유망사업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붐 속에 골프용품 수입도 해마다 증가를 거듭, 80년에는 10만4천여달러에 지나지 않았으나 82년1백2만달러, 그리고 89년에는 무려 1천5백83만여달러로 급격한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골프는 특성상 엄청난 경비가 드는 등 서민층으로서는 위화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가 골프를 대중스포츠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이 문제해결이 시급한 과제로 되고있다.

<이민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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