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차관 성인오락 제동도 괘씸죄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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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에서 영업 중인 바다이야기 오락실. 전국 1만3000여 곳에 달하는 성인오락실 중 80%가 바다이야기일 정도로 인기가 높다. 사행성 높은 성인오락실은 유흥가뿐만 아니라 최근 주택가까지 파고들어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신인섭 기자

유진룡 전 문화관광부 차관

유진룡(사진) 전 문화관광부 차관 경질 파문으로 사행성 성인오락 게임인 '바다이야기'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유 전 차관이 6개월 만에 경질된 이유는 사행성 성인오락 관련 정책을 둘러싸고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와 마찰을 빚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나라당 김정권 의원은 16일 한나라당 홈페이지에 올린 '유진룡 전 문광부 차관께'라는 글에서 "영등위에 사행성 게임 불허를 끈질기게 요구했으나 묵살됐다지요. 보통의 경우와 비교하면 마치 민관의 역할이 바뀐 듯 황당한 일입니다"라며 관련 의혹을 우회적으로 나타냈다. 그러나 전해철 청와대 민정수석은 이날 "유 전 차관 경질과 사행성 오락실(정책)은 전혀 별개의 문제"라고 반박했다.

유 전 차관은 6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02년부터 바다이야기 등 신종 릴게임을 허가하지 말 것을 영등위에 수차례 요청했지만 영등위로부터 민간기구에 정부가 관여하지 말라는 답변만 들었다"며 "사행성이 높은 성인오락기의 위험성을 영등위에 세 차례 이상 경고했으나 무시당했다"고 말한 바 있다. 문화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영등위가 사행성 오락을 허용했다는 얘기다. 현행 법에 따르면 국내에 유통되는 오락기의 경우 반드시 영등위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

◆ 도박장으로 변질된 성인오락실=국내의 대표적인 성인오락은 바다이야기.황금성을 비롯한 릴(reel)게임(다양한 문양이 회전하다 정지했을 때의 배열에 따라 점수를 얻는 게임)과 스크린 경마(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경마에 베팅하는 게임) 등이다.

성인오락실은 외형적으로는 배당금으로 상품권(문화.관광.도서 등 10여 종)을 받는 합법적인 공간이다. 그러나 오락실마다 주변에 상품권을 현금으로 몰래 바꿔 주는 교환소를 두고 있다. 게임장 안에서 현금을 거래하는 것은 불법이기 때문이다. 상품권은 한 차례 게임에 최대 5000원권 4장까지로 제한돼 있다. 하지만 그림을 잇따라 계속 맞출 경우 한 시간에 200만~300만원의 '대박'이 터질 수도 있다. 사실상 수백만원이 오가는 도박장인 셈이다.

이 같은 성인오락실은 2002년 이후 급증했다. 2002년 '음반 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이 개정돼 성인오락실이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문화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이 같은 성인오락실은 무려 1만3000여 곳에 달한다. 이는 2002년에 비해 50% 이상 늘어난 수치다. 정부는 연간 12조원이 성인오락실에 뿌려지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 논란의 소지 남아=정부는 올 4월 성인오락실의 영업시간을 밤 12시로 제한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을 공포했다. 또 지난달 27일 사행성 게임장의 난립을 막기 위해 경품용 상품권 제도를 폐지키로 당정이 합의했다. 특히 '청소년 이용불가' 게임물을 제공하는 게임장은 시.도지사가 3년 단위로 허가하도록 제도를 바꿨다.

이에 따라 최근 기존 성인오락실들이 문을 닫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하지만 뒤늦은 대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성인오락실에서 신종 도박인 성인 PC방과 온라인 도박 등으로 업종을 바꾸는 사례가 많아진 것이다. 성인 PC방의 경우 단속이 상대적으로 허술해 게임머니를 매장 안에서 현금으로 불법교환하고 있다. 온라인 도박은 연령제한이 없어 청소년들도 사행성 게임을 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정부는 9월부터 영등위를 대신해 게임(기)에 대한 등급분류 업무를 맡게 될 게임물등급분류위원회를 설치키로 했다.

전해철 민정수석은 "바다이야기 부분에 대해서는 저희들이 상당 부분 대책을 마련해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 부분은 차후 규명할 것"이라고 언급해 책임소재와 관련한 논란의 소지를 남겼다.

정강현 기자<foneo@joongang.co.kr>
사진=신인섭 기자 <shinis@joongang.co.kr>

◆ 바다이야기=빠찡꼬의 변형. 1만원당 1만 점을 받고 시작 버튼을 누르면 100점씩 소진되며 화면에서 전자식 동전이 떨어진다. 문어.조개와 같은 바다 생물 등 그림이 돌아가 일정한 배열을 이룰 경우 최대 2만 점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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