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고수한마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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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상반기 펀드 시장의 최대 히트상품을 고르라면 열에 아홉은 한국투신운용의 '삼성그룹주' 펀드 시리즈를 꼽을 것이다. 시장은 지지부진하고 다른 주식형 펀드들이 원금조차 까먹고 있을 때, 이 펀드만 '독야청청' 플러스 수익률을 냈기 때문이다.

이 히트 상품을 만들어 낸 이가 한국운용의 이영석(사진) 주식운용1팀장이다. 일부에선 그를 "삼성을 주무르는 남자"라고 부른다. 삼성그룹 기업들에만 투자하다 보니 이 펀드는 삼성전자를 제외한 거의 모든 삼성 계열사의 주요 주주가 됐다. 호텔신라는 지분의 11.58%를 보유, 최대주주 자리까지 꿰찼다. 삼성그룹주 펀드가 처음 출시된 것은 재작년. 출범에 비하면 히트가 늦은 편이다. 이유는 지난해 증시가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주가가 크게 오르다 보니 웬만한 펀드는 대부분 기록적인 수익을 올렸다. 삼성그룹주 펀드가 빛을 낼 틈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올해는 사정이 달랐다. 증시가 조정을 겪으면서 펀드 수익률이 차별화되기 시작했다.

"약세장에도 강한 삼성그룹주 펀드의 위력이 발휘되기 시작했죠. 게다가 삼성그룹 간에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면서 삼성테크윈.삼성엔지니어링 등이 크게 올라 수익률을 유지해 줬습니다."

돈 잘 벌어주는 곳으로 돈이 몰리는 것은 당연한 일. 수탁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이달 초 1조원을 돌파했다. 여기서 생기는 궁금증. 삼성 14개 계열사에만 투자하는 '단순한' 운용 구조인 만큼 복제도 가능할 듯싶다. 히트상품은 늘 모조품 위협에 시달리게 마련이므로. 그러나 이 팀장은 신경도 쓰지 않는단다. '짝퉁'은 결코 진품을 능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상반기엔 잘나갔는데 하반기엔 어떨까. 일단 대부분의 업계 전문가처럼 이 팀장도 증시가 4분기께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경기가 내년 초 바닥을 찍는다고 봤을 때 주가의 선행성을 감안, 올해 말에는 상승 추세로 돌아설 거라는 전망이다. 업종별로는 낙폭이 컸던 정보기술(IT)주 중심으로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삼성SDI.삼성전기 등이 살아나면서 하반기 펀드 수익률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 팀장 본인의 재테크는. 간접투자 시장에 발 담고 있는 사람답게 주식 직접투자는 않는단다. 대신 자기 회사에서 운용하는 펀드에 돈을 넣고 있다고 한다. 자기가 운용하는 펀드에 자기가 투자하느냐고 묻자 "거래 은행 직원이 좋다고 해서 아내가 가입한 것"이라며 웃었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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