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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적" 교육서 탈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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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문교부와 한국교육개발원(원장 신세호)은 13일 초·중·고교학생에게 통일과 안보에 대한 균형적 시각과 통일의 자생력을 키워줄 「학교통일·안보교육 지침서」를 확정, 각급 학교에 배포했다.
이번에 확정된 통일·안보교육 지침서는 바른 생활·도덕·국민윤리과목 교육에 이용되며 남북분단·북한현실·국방안보·통일·이념문제 등 5개 영역 총60개 항목으로 학생들에게 과거처럼 일방적으로 북한을 적대시하는 반공위주의 교육을 시키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통일에 대한 열망과 긍정적 태도를 형성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6·25전쟁에 대해 북한은 북침이라는 주장을 고집해왔고 최근에는 남한 내부에서까지도 6·25전쟁의 기원을 놓고 색다른 해석을 하는 경우도 있다. 6·25전쟁을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항목에서는 미국언론인등이 주장하는 북침설을 설명하고 설득력이 없다는 반격자료로 최은희·신상옥 부부가 김정일로부터 녹음한 남침을 인정하는 테이프내용을 제시한다.
남북분단 영역에서는 우리 나라가 남과 북으로 나뉘게된 배경과 분단에서 오는 사회·경제·문화적 손실과 낭비, 인간적 고통을 알게 해 학생들의 분단극복의지를 키우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북한현실 부분은 분단이후 북녘땅의 주민들이 어떠한 삶을 살아오고 있는지를 정치·경제·사회·문화의 측면에서 바르게 알게 하고 같은 동포로서의 유대감을 굳게 하며 남한과의 삶의 차이가 무엇인지에 대한 안목을 갖도록 했다.
국방안보에서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 위에 살아온 우리민족의 주권과 생존을 위협하는 외국 또는 이민족이 침입과 남북대립의 실체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가르치고, 통일영역에서는 통일이 되지 않는 현실 및 남한과 북한의 통일형식과 방안을 다양하게 제시했다.
이념문제 부분에서는 자본주의 사회의 빈부격차, 남북한의 인권문제, 자유민주주의 사회의 시위, 급진좌경사상 등을 다루고 있다.

<통일·안보교육 지침서 내용>"남북분단은 민족역량 부족·미소 영향 탓"|「6·25북침설」의 허구성·반미감정도 소개
학교 통일·안보교육 지침서는 초·중·고교학생에게 우리 나라는 남과 북으로 갈라져 살고있다는 현실과 북한은 우리와는 다른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시키는 데에 주안점을 두고있다.
또 북한의 공산주의자들은 대한민국을 공산화하려는 노력을 포기하고 있지 않으므로 경계해야할 필요성을 알리고 통일이 되어야 할 당위성을 공감케 해 통일에 대한 신념을 심어주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분단책임=남북분단의 원인은 멀리는 조선조 말 일본의 야욕과 일부 국내인사들의 친일행위, 그리고 우리의 역량부족으로 인한 일본의 침략에서부터 찾을 수 있다. 또한 주권상실 35년만에 해방을 맞이했으나 이는 우리가 주체적으로 쟁취한 것이 아니라 연합국의 승리로 주어진 것이기 때문에 우리의 역사를 주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결정적 역할을 하지 못했던 것에서도 기인한다.
결국 분단은 미국과 소련이라는 외세의 영향, 해방직후 국민적 합의에 바탕을 둔 주도세력 결여, 이념적 통일 부재, 협상의 여지가 있던 남북한의 중도세력이 제거된 데 있다 하겠다.
◇6·25전쟁=전쟁발발 당일 유엔 한국위원단이 사태가 국지적인 충돌이 아니라 북한에 의한 계획적인 기습남침임을 단정해 이를 유엔 사무총장에게 보고한 내용, 러시아어로 된 북한군 공격명령 제1호, 흐루시초프가 남침사실을 시인한 회고록 내용 등을 제시해 6·25가 북한의 기습남침으로 이뤄진 것임을 가르친다.
동시에 미국언론인 스톤 등이 주장하는 「이승만 정권이 국내 정치적으로 위기에 봉착해있었으므로 국내 정치위기 해소를 위해 한국전쟁을 도발코자 했다」는 북침설도 가르친다.
이밖에 남북한 군비경쟁이 한국전쟁의 발발을 가져왔다는 주장, 이승만 정권의 무력북진통일론이 북한의 대남도발을 촉진시켰다는 주장, 미국의 대 남한군사공약의 강화가 북한을 자극했다는 주장 등도 다룬다.
그러나 북침설이 설득력이 없는 이유로써 최근 최은희·신상옥씨가 김정일로부터 녹음한 테이프에서 김정일 스스로 남침을 인정한 부분을 자료로 제시하고 있다.
◇휴전협정=당시 정부는 휴전은 단순히 전투행위의 종결이라는 형태로 현상을 미봉한 것에 불과했기 때문에 언젠가는 또다시 새로운 전쟁을 겪게 될지도 모르는 가능성의 불씨를 잿속에 묻어둔 격이 되기 때문에 휴전에 동의할 것을 거부, 휴전협정 조인에 참가하지 않았다.
◇주체사상=김일성체제의 정통성 확보와 체제유지를 위한 근거로 북한주민의 동원기능을 담당하며 김일성 부자의 권력승계를 합법화시키는 기능을 갖고있다.
◇한미관계=최근 대두된 반미감정의 배경은 무엇이며 해방이후 지금까지의 한미관계를 통해 본 미국의 의미는 무엇인가를 가르친다.
반미감정은 한국의 국력신장에 따른 자주의식과 민족자존의식이 높아짐에 따라 그에 맞는 한국의 국제적 지위향상과 독자적 정책영역의 확대를 요구하는데서 생겨난다. 또 슐츠 미 국무장관 방한 때 정부종합청사에 대한 폭발물 수색견 사건, 올림픽입장식에서 미국선수들의 방종적 태도, 또는 일부 주한미군들의 한국민을 깔보는 모욕적인 언동 등에 따라 나타나는 우발적인 감정이거나 북한 및 급진운동권 등에서 주장하는 혁명 이데올로기적 전략전술로서의 반미감정도 있다.
◇방북문제=학생들에게 80년대 후반 민주화과정에서 나타난 통일논의를 개괄적으로 알려주고 북한이 우리 정부당국을 배제하고 특정인사를 초청하는 이유, 개인적 방북이 통일문제 해결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가를 설명, 올바른 통일관을 정립하도록 도운다.
통일의 염원만으로 절차와 방법이 무시된 방북이나 대북접촉은 국민 각자가 자제해야한다고 가르친다.
◇북한의 한반도 공산화전략=김일성 주체사상에 따르는 공산사회를 전국적 범위에서 건설하고 노동자와 농민 등 근로자만이 주권을 행사하는 계급독재국가를 만드는 것이 좋은 민족사회를 건설하는 길이라는 북한의 주장을 소개한다.
북한에서와 마찬가지로 남한에서도 노동자 농민혁명으로 인민정부를 세워 북한과 합작해 통일을 이룩해야하며 남한의 노동자 농민해방을 돕기위해 북한은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북한의 통일방안이 한국의 현정부와 타협할 의지가 없음을 가르친다.
◇고향방문단 상호방문=북한은 고향방문단 및 예술단 교환방문을 실시한 결과 남한의 발전상이 북한에 소개되고 반대로 북한의 낙후상이 남한주민들에게 노출됨으로써 이러한 사업이 계속될 경우 잃을 것은 많고 얻을 것이 없다는 판단아래 계속되는 것을 기피하고 있다.

<도성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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