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카드 인수전, 70억에 갈린 7조 승부

중앙일보

입력

'7조원대 딜, 70억원에 웃고 울다'

LG카드 인수전에서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이 제시한 가격차가 물량차를 감안할 때 주당 100원 이내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7조원대의 국내 최대 인수합병(M&A) 딜이 총액 기준으로 약 70억원대 가격차로 승부가 갈린 것이다.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박빙의 가격차다.

패자인 하나금융은 더욱 안타까울 수 밖에 없고 승자인 신한금융은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지난 14일 오전 신한은행 본점 건물내 신한금융 전략기획팀 사무실. LG카드 M&A 담당자들이 초조한 마음으로 속속 들려오는 하나금융의 입찰 제안가 정보에 귀를 귀울이고 있었다. 하나금융의 제안 가격이 신한금융과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알려져 있던터라 진땀이 흘렀다.

두껑이 열리자 신한금융은 입찰 가격으로 주당 6만8500원선에 지분 85%(이하 공개매수 기준) 인수를, 하나금융은 주당 6만7000원선에 지분 90.5% 가량을 인수키로 제안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금융은 짜릿한 기쁨을 맛봤고 하나금융은 땅을 쳤다. 물량을 감안한 제안 가격차이가 총액 기준으로 70여억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주당으로 따지면 100원이내, 약 70원대로 추정된다.

이번 인수전은 각 후보들마다 제시 가격과 인수 희망 물량이 다르기 때문에 최근 있었던 대우건설 인수전처럼 인수 물량을 고려해 절대 비교가 가능한 총액을 계산하는 산식이 따로 있다.

이를 통해 계산한 제안가격 차이가 100억원도 안됐다는 얘기다. 실제로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의 가격 부분 점수 차이는 1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같은 박빙의 가격 차이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드물다는 평가다. 한 M&A 전문가는 "최근 세계적인 M&A 추세는 1위와 2위간의 가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라며 "LG카드 인수 제안가 차이는 경이적인 수준"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LG카드 제안 가격 차이가 거의 없었던 이유로 △각 후보들간에 6만5000원 이상은 써야 인수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는 점 △신한금융, 하나금융, 농협 등 세 후보들이 모두 막판까지 인수 의지가 강력했다는 점 등을 든다. 철저하게 정보보안이 유지되는 외국의 M&A딜과는 달리 국내 M&A 시장의 정보 보안이 상대적으로 허술하다는 점을 드는 전문가도 있다.

한편 하나금융은 앞선 외환은행 M&A에 이어 다시한번 박빙의 가격차로 분루를 삼키게 됐다.

하나금융은 지난 외환은행 인수전 때도 국민은행보다 불과 주당 100원, 총액으로 400억여 원 덜 써내 쓴잔을 마신 경험이 있다. 국민은행의 외환은행 인수 가격은 6조3346억원(지분 64.62%)이다. 근소한 차이로 연거푸 두 번이나 패배의 아픔을 겪게 된 셈이다.

한 인수후보 관계자는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의 제안 가격 차는 주당으로 100원 이내로 알고 있다"며 "하나금융에서 복수 우선협상자에 미련을 갖는 것도 이런 미세한 차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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