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감록식」김복동 예언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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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내용 불경"자금 등 조사>
5공 청산 문제로 정국이 어수선한 가운데 대통령이 임기 중 퇴진하고 김복동씨가 대권을 잡을 것이라는 허황한 내용을 담은 괴 책자가 나돌아 당국이 긴장하는 가운데 정가의 화제가 되고있다.
『천효응대명』이란 제목의 이 책자는 한마디로 도참비기설 같은 것인데 핵심은 대통령의 임기가 집권 3년 만인 91년 초 끝나고 그 뒤를 33년 3월 생인 김복동씨가 잇는다는 것인데 논거는 모두 난해한 도참설에 두고있다.
정부·여당으로서는 내용이 불경스러울 뿐 아니라 집필·출간 동기와 자금 출처 등이 선뜻 납득할 수 없어 은밀히 조사하고 있다는 얘기.
그러나 상고사 연구가이자 선도에 심취한 이색적 인물로 알려진 저자 김정필씨 (45)는 책 내용이 물의를 빚자 시중서점 판매를 포기한 채 지난8일 충북 보은군 자택을 떠나 잠적해버렸다.
나·불·도가의 일부 경전과 구약성서·천부경 등을 한문과 영어·도표로 소개하고 그동안 월간지 등에 실렸던 김복동씨(노 대통령 처남)관련 화보로 엮은 4백80쪽 분량의 이 책은 제7공화국이 김씨의 시대라는 주장 이외에도 제9공화국 때 남북통일 이 이루어지며 서기 2080년에는 한반도가 세계를 제패한다는 일견 허황한 내용.
다만 책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화보가 김복동씨의 어린 시절 사진 등 상당히 구하기 어려운 사진과 김씨의 요란한 선전성 포즈를 많이 담고있어 『혹시…』하는 의문을 표시하는 사람들이 있다.

<여야 중진집 등에 배달>
문제의 책은 지난 5일을 전후해 이춘구 민정당 사무총장 등 몇몇 여야 중진들에게 배달되면서 관심을 끌었는데 마침 그때 김복동씨가 일본 방문 길에서 돌아와 세미나를 갖고 자신이 회장으로 있는 송백회(예비역강성모임) 송년회 등을 요란하게 열어 이상한 시선이 집중되었다.
그러나 김씨 측은 『누군가가 우리를 음해 하려는 것 같다』며 『이 시점에 그 같은 괴 책자가 우리에게 악재로 작용할 것은 뻔한 일이 아니냐』고 오히려 하소연.

<현정권 누수현상 반증>
「이심일 선정회」라는 단체를 운영하고 있는 저자 김정필씨는 책 말미에 자신이 44년 평북 백두산 아래에서 태어났다고 주장했으나 주민등록상의 본적지는 서울 용산구 한강로로 밝혀졌고, 그동안 대구 등 지방을 전전하며 한때 주민등록이 직권 말소된 적도 있으며 충북 보은군 현 거주지에는 지난해 1월 전입한 다소 정체불명의 인물. 김씨의 한 측근은 지난8일 저자 김씨가 집을 떠나며 『아직 때가 이른 것 같다』고 말했다며『지금도 서울 등지에서 책을 구하는 전화가 많이 걸려온다』고 말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정치권 인사들은 『현정권의 리더십에 누수현상이 있거나, 5공 청산이 여권에서는 권력 쟁탈전으로 변질된 탓도 있을 것』이라고 풀이. <노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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