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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스럽게된 "민생치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민생치안 총동원령 속에 치안본부 고급 간부가 총기를 휘두르며 파렴치 행위를 저지른 「심경무관사건」은 경찰의 내부기강을 의심케 하는 충격을 던졌다.
경찰은 수뇌부에서부터 일선에 이르기까지, 최근의 치안상태와 관련해 기강쇄신의 뼈아픈 노력이 불가피하게 됐다는 지적이다.
○…김우현 치안본부장은 10일 새벽 신문로 공관에서 심경무관 사건을 보고 받은 뒤 곧바로 치안본부로 출근해 간부들을 비상 소집한 뒤 대책을 논의했으나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사건 성격 때문에 한결같이 침통한 표정.
김본부장으로부터 보고를 받은 김태호 내무부장관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할 경찰관이 어떻게 국민에게 총질을 할 수 있느냐』며 대노했다는 것.
치안본부는 10일 밤 심경무관을 파면, 구속 수사하겠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국민 앞에 엎드려 사죄한다」는 문구까지 사용, 대국민사과문을 준비했다가 무슨 영문인지 11일 오전 김본부장이 기자들과 만나 『국민 앞에 얼굴을 들지 못할 정도로 부끄러울 뿐』 이라며 구두 사과했다.
○…현직 경무관의 치정에 얽힌 권총난동사건을 놓고 경찰은 87년 박종철군 고문치사사건이후 최대의 위기를 느끼고 있는 모습.
더구나 난동 당사자가 경찰의 별인 현직 경무관인 데다 치안수뇌라는 점에서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던져주었고 경찰지휘체계가 제대로 서있는지 의심스럽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
○…심경무관이 내연관계를 맺었던 김씨에게 4천여만원을 주었다는 사실과 함께 경찰내부에서는 심경무관이 쓴 돈의 출처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
더구나 심경무관의 인사기록카드에는 재산이 동산 2백만원, 부동산 2천3백만원으로 기재돼 있어 경찰 내부에서도 고개를 갸우뚱.
이에 따라 치안본부 수뇌부에서는 간부들의 신상기록에 대한 신뢰도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간부들의 신상기록카드를 전면 재조사할 움직임.
○…치안본부 통신부장 자리는 지난 3월에도 김정노 경무관이 비행선 부정도입사건으로 구속된 뒤 불과 9개월 만인 후임 심경무관마저 구속을 앞두고 있어 현직 경무관의 2연속 구속이란 징크스를 기록하게 될 판.
그러나 심경무관에 대한 징계의 경우 경찰고위간부란 점에서 총무처 중앙징계위원회에 회부돼 파면 등 징계를 결정하게 돼있어 징계에는 다소 시일이 걸릴 전망.
○…김우현 치안본부장은 9일 오후 김씨 부부가 심통신부장실 및 본부장실로 항의 방문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보고 받고 심경무관을 호출했으나 토요일 오후라 심경무관이 이미 퇴근한 뒤였다는 것.
김본부장은 김씨 부부가 본부장실을 방문했을 당시 국회예결위에 나가있는 바람에 이들을 직접 만나지 못하고 오후 4시쯤 본부장실로 들어와 이같은 사실을 보고 받고 심경무관을 불러 사표제출을 요구하려 했었다는 것.
그러나 심경무관은 2시간 전쯤 이미 청사를 퇴근, 부하직원과 술을 마신 뒤 권총난동극을 벌였다.
○…심경무관은 내연관계의 김씨 문제를 놓고 주변부하·동료들에게 『못 잊겠다』는 말을 자주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심경무관은 특히 10일 오후 자해극을 벌인 뒤 수술마취에서 깨어난 뒤에도 찾아간 동료들에게 『아직도 그 여자를 잊을 수 없다』고 밝혀 주위를 놀라게 했다.
○…치안본부는 심경무관 총기난동사건과 관련, 세밑을 앞두고 가뜩이나 여론의 질타를 받고있는 민생치안직원 동원문제를 크게 걱정.
이는 방범비상령이 1년 이상 계속돼 최근 일선 경찰직원으로부터 치안본부장실·내무부장관실에 항의전화가 걸려오는 터에 치안 수뇌부가 민생치안을 위해 총기지급을 한 것을 자신의 치정극에 사용하는 바람에 앞으로 어떻게 부하직원을 지휘, 민생 치안을 도모할 수 있겠느냐고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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