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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낙동강 상류 안동 영호대교 ~ 하회마을 29㎞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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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낙동강이 지나는 경북지역 시.군 수계관리 공무원 20여명으로 구성된 낙동강수계탐사단은 지난 10일 강 상류인 안동 영호대교에서 하회마을까지 물길 29㎞를 탐사했다.

경북도와 대구대 수환경생태연구소가 세계 물의 해와 낙동강특별법이 시행되는 첫해를 맞아 관련 공무원에게 낙동강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마련한 행사였다. 탐사단은 이날 상주 낙동강환경감시단의 모터보트 4대에 나눠 타고 5시간에 걸쳐 낙동강을 온몸으로 체험했다.

낙동강 상류는 아직 생명력으로 넘쳤다. 철새는 여전히 둥지를 틀었고 주변엔 들짐승이 깃들었다. 그러면서도 물은 급할 것없이 유유히 흘러내렸다.

오전 10시 단원들은 구명조끼를 입고 보트에 올랐다. 탐사는 처음부터 순조롭지 않았다. 안동댐에서 5㎞ 남짓한 출발지점은 온통 흙탕물이었다. 태풍 '매미'로 고인 탁한 임하댐 물이 내려온 때문이다.

임하댐 방류수의 현재 탁도는 1백60NTU. 수심을 전혀 가늠할 수 없었다. 보트 운행요원들은 수심이 깊은 곳을 이리저리 찾았지만 1m를 넘는 곳이 드물었다. 걸핏하면 스크류가 바닥에 걸려 모터 운행 대신 밀고 끌기를 반복해야 했다.

낙동강은 곳곳에 작은 모래톱을 만들어 놓았다. 규모가 커지면 갈대가 우거지고, 더 커지면 수양버들까지 들어선 작은 늪지였다.

한시간쯤 지나 구름이 걷히자 모터 소리에 놀란 고기들이 이따금 강 위로 뛰어올랐다. 그 중엔 탐사보트 속으로 뛰어든 어른 손만한 물고기도 있었다.

태풍 '매미'의 흔적은 강변 곳곳에 남아 있었다.

강가 키 큰 나무들엔 비닐이며 형형색색의 쓰레기가 흉물스럽게 걸쳐져 마치 서낭당 같은 모습이었다. 교각 아래도 마찬가지.

보트에선 즉석에서 폐비닐 제거 방법을 놓고 의견이 쏟아졌다.

경북도 박승호 보건환경산림국장이 "폐비닐이 많이 걸린 나무는 불태워야 할 것같다"는 제안에 정상수 안동부시장은 "그랬다간 환경단체가 들고 일어날 것"이라며 신중론을 폈다. 폐비닐을 걷어낸다 해도 자원재생공사가 수거에 나서지 않아 문제라는 의견도 나왔다.

탐사단은 중앙고속도로 아래를 지났다. 거기서 기자가 탄 보트는 강바닥 돌에 찢겨 침몰 유람선 타이타닉 신세가 돼 다른 보트로 옮겨타야 했다. 다시 한시간쯤을 내려가자 강 왼편 숲에서 짐승 두마리가 놀라 뛰는 것이 보였다.

믿기 어려운 광경이었다. 어미 고라니와 새끼였다. 강 저편 분교 쪽으로는 수십마리 철새가 날아올랐다.

탐사단은 안동구간의 절경인 마애숲을 지났다. 강 옆으로 수백m 높이의 절벽이 펼쳐진다.

낙화암 아래를 흐르는 백마강 같은 풍경이다. 번지점프를 설치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그때쯤 앞서 가던 보트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조심!" 물뱀이 머리를 쳐들고 헤엄쳐 지나갔다.

탐사는 예상시간 2시간을 훌쩍 넘어 4시간째.

몇 굽이를 돌아 청둥오리떼가 날아오르면서 오른편으로 마침내 병산서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거기서도 수심은 처음과 다를 게 없었다.

보트는 수시로 바닥에 걸려 탐사대원들은 때로 푹푹 빠지는 모래 바닥을 밟으며 보트를 밀어야 했다.

마침내 하회마을을 휘돌아 종착지인 부용대로 향했다. 꼬박 5시간이 걸려 선착장 백사장에 닿았다.

탐사단의 얼굴은 모두 벌겋게 익었지만 낙동강 상류에서 이뤄진 첫 탐사였다.

낙동강은 이날 지친 탐사단원을 향해 '강을 좀더 알고 오라'며 준열히 꾸짖는 것같았다.

송의호 기자

◇ 낙동강특별법=지난해 7월 발효된 '낙동강수계의 물 관리 및 주민지원 등에 관한 법률'은 일명 '낙동강특별법' 또는 '낙동강수계법'으로 불린다. 이 법은 낙동강 하류인 부산 물금취수장의 물을 2급수로 유지할 수 있도록 상수원의 수질을 개선하자는 취지로 제정됐다. 이를 위해 물이용 부담금이 부과되고 환경기초시설의 지원.설치, 오염총량관리제가 새로 도입됐다. 이러한 법은 1999년 한강에 이어 지난해 낙동강과 금강.영산강 등 4대 강에 모두 만들어졌다. 낙동강특별법은 올해부터 본격 시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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