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쿠, 53점 차' 본토 농구에 쓴맛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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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한국의 김승현(右)이 미국 드와이트 하워드의 수비를 피해 골밑으로 패스하고 있다. [연합뉴스]

잠실을 수놓은 농구 종합선물세트. 1만2477명의 공식 관중이 '쇼'를 감상했다. 한국 농구대표팀은 15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비타500 월드 바스켓볼 챌린지(WBC) 마지막 경기에서 미국에 63-116으로 대패했다. 한국의 최부영 감독은 73-119로 진 중국보다 적은 점수 차로 지겠다는 목표를 내세웠지만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미국프로농구(NBA) 스타들이 뛰는 미국 농구는 현란했다. 드웨인 웨이드(마이애미 히트)는 파워 보트가 수면을 가르는 듯 빠르고 날카롭게 코트를 누볐고, 르브론 제임스(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와 카멜로 앤서니(덴버 너기츠)는 림이 부서져라 슬램덩크를 두들겼다. 제임스는 이 경기 최우수선수로 뽑혔다.

미국은 진지했다. 19일 일본에서 개막하는 세계남자농구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조직력을 극대화하고 선수들의 감각을 살리겠다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이다. 4쿼터에는 2-3 지역수비 훈련을 하기도 했다.

승부는 해보나마나였다. 최부영 감독은 선수 모두에게 기회를 주고, '죽자 사자 달릴 것'을 요구했다. 한국의 젊은 대표 선수들은 가진 것을 모두 쏟아 부었지만 실력의 차이는 분명했다. 한국은 세대교체 후 출전한 이번 대회에서 터키.리투아니아.이탈리아.미국에 전패했다. 대신 '가능성'이라는 선물을 받았다. 하승진(2m23㎝.밀워키)의 높이는 경쟁력이 충분했다.

한국은 그동안 세계의 벽을 신장의 차이에서 느꼈다. 이번 대표팀의 평균 신장은 1m95.1㎝이고 주전 평균 신장은 2m에 가깝다. 그러나 이날 3쿼터 5분쯤, 1m98㎝의 이규섭(삼성)의 점프슛을 2m11㎝의 드와이트 하워드(올랜도 매직)가 2~3m 밖에서 날아가 쳐낸 데서 보듯 신장의 향상이 곧 세계 수준으로 가는 길은 아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여러 차례 가드 1명, 2m 안팎의 포워드 3명, 센터 1명을 기용해 높이를 과시했다. 그러나 경기 내용은 가드 2명에 포워드 2명, 센터 1명을 쓸 때 가장 좋았다. 한국은 높이 콤플렉스를 벗는 대신 다시 한번 '한국 농구는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안았다.

허진석 기자, 이해완.유기웅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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