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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에서는] 양식장 복구 지원제도 확 바꾸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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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남해안 바다는 청정해역의 신선한 어패류를 공급해 국민건강을 증진하고, 관광지로서 지역발전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 그러나 전남 남해안은 지금 전쟁의 폭격이 훑고 간 폐허처럼 태풍 매미의 피해로 아수라장이 돼 있다.

국내 수산업계는 2천억원의 피해를 보았는데, 이 중 완도.고흥 등 전남도의 양식장(어류 제외)에서만 피해가 2백40억원에 이르고 있다. 양식장을 하는 어민들이 피해를 복구해 다시 일어서려 하면 또 태풍이 몰아쳐 쓸어버린다. 해마다 반복되는 이런 현상으로 늘어나는 것은 빚뿐이다. 이러한 악순환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우선 보통 많이 쓰고 있는 나무와 스티로폼으로 돼 있는 양식장 시설을 바꾸어야 한다. 강화된 플라스틱을 사용한 양식장들은 이번 태풍에 거의 안전했다. 하지만 초기 설치비가 많이 드는 게 문제다. 정부가 일부 지원을 해서라도 교체를 하는 게 피해가 발생한 후 반복해 보상하는 것보다 훨씬 건설적일 것이다.

복구 지원제도도 전면 개선해야 한다. 현재 자연재해대책법에는 어민들은 파손된 양식 시설의 복구를 끝낸 뒤 어류를 들여와야 현장실사를 거쳐 복구비(보조금)를 지원받을 수 있다. 대부분의 어민이 부채에 허덕이는 데다 서로 연대보증을 한 상황에서 복구가 완료됐을 때만 자금이 지급되니 시급한 복구가 어려워지고 있다. 지원 기준도 시가의 20~30% 가격으로 보상해주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복구비를 성어나 중간 크기의 어류가 아닌 새끼고기나 씨조개로 계산해주는 경우도 허다하다.

우리 어업은 값싼 중국산 어류의 수입 급증과 양식 면허의 난립으로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여기에 어민들은 어업을 포기하고 싶어도 포기하면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복구해 수지에 맞지 않는 양식을 계속하고, 또 반복되는 재해로 빚더미에 눌러 앉게 되는 것이다. 이런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는 어업의 순조로운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현행 복구비를 피해 보상비로 바꿔 지급해야 한다. 피해액을 산출해 어업 면허를 반납하면 보상금을 가지고 무엇을 하든 간섭하지 말고 업종 전환을 유도하고, 복구를 원한다면 당장 할 수 있도록 사전에 자금 지원을 해주는 방향이 어민들을 실질적으로 돕는 것이다. 마침 남해안이 특별재해지역으로 지정돼 있는 만큼 순조로운 구조조정을 할 수 있도록 개선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태풍이 지나간 자리에 설상가상으로 어민들을 괴롭히는 것이 더 있다. 바다의 붉은 악마 적조다. 적조는 태풍이 지나고 나면 잠잠해지는 게 일반적이나 올해는 태풍이 지나고 난 뒤에 더 기승을 부렸다. 태풍 매미 당시 적조는 섭씨 10~15도인 수심 30m 층으로 피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전에는 적조가 섭씨 18도 아래에는 존재하지 않았으며 수심도 15m 아래를 넘어서지 못했다. 적조가 이제 더욱 강력해졌다는 이야기다. 강력해진 적조를 겨냥한 방지책 연구가 시급히 이뤄져야 할 것이다.

적조 피해는 근년 들어 해상 양식뿐만 아니라 육상 양식장까지 확산하고 있다. 육상 양식장에는 산소 발생기를 설치하면 피해를 막을 수 있다. 이러한 시설 설치를 정부가 도와준다면 나중의 보상금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적조는 생활 하수나 사료.배설물들이 부패해 발생한 유기 오염물질이 많은 곳에서 대량으로 나타난다. 그러므로 근본적인 적조 예방을 위해서는 적조 위험지역의 산업배수나 가정 하수의 유입을 철저히 규제하고, 빽빽한 밀식 양식을 막아야 한다. 어업의 구조조정이야말로 밀식 양식을 줄여 적조 피해를 막는 효과도 가져 올 것이다.

류동훈 광주전남개혁연대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