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제 스와핑 6천쌍 '난잡한 性윤리' 충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 경기도 한 펜션에서의 지난 5일 스와핑 파티 현장. 시사 프로그램 외주 제작업체인 B2E프로덕션 촬영팀이 회원으로 위장 잠입해 몰래카메라로 찍었다.[B2E 프로덕션 제공]

"서울 OO동에 사는 30대 부부입니다. 남편은 1m76㎝.69㎏, 부인은 1m63㎝.50㎏입니다. 지금까지 여섯번 '만남'을 가졌고, 그분들과 계속 연락하고 있습니다. 경기도 ××콘도에서 짜릿한 만남을 기대합니다. 연락 주세요."

최근 경찰이 적발한 스와핑(Swapping) 사이트에 올려진 문구다. 이처럼 부부끼리 서로 배우자를 바꿔 성관계를 갖는 '스와핑'이 해외에 서버를 둔 인터넷을 통해 성행하고 있다. 이 같은 '은밀한 만남'은 30~40대 고학력.전문직이 주도하고 있으며, 콘도.펜션.노래방 등에서 관계를 맺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일 오후 8시쯤 경기도 이천의 한 펜션. 중년부부 일곱쌍이 바비큐 파티를 즐기고 있다. 오후 10시쯤 서서히 취기가 오르더니 분위기가 바뀌었다. 속옷 차림으로 노래방 기계 반주에 맞춰 다른 사람의 배우자와 야한 춤을 추면서 몸을 더듬기 시작했다. 이윽고 서로 짝을 이뤄 빈 방을 찾아 나섰다. 경찰이 적발한 부부 스와핑의 현장이다. 회원들은 대부분 30~40대로 직업은 의사.중소기업 사장.공무원.교수들이었다.

이들 스와핑족은 인터넷 게시판에 부부의 거주지.나이.키.몸무게.취향 등을 올린 뒤 e-메일로 사진을 교환해 만날 의사를 타진했다. 상대가 부부임을 확인하기 위해 호적등본이나 결혼식 사진을 요구하기도 했다.

스와핑 관련 S사이트에서 '짜경모(짜릿한 경험을 추구하는 모임)'로 알려진 A씨(39)가 경찰에서 밝힌 내용은 말세적이다.

A씨는 이달 초 네쌍의 부부를 모집, 후배 B씨(38)가 운영하는 서울 강남의 노래방으로 데려갔다. B씨는 대실료 15만원을 받고 구석진 방을 내줬고, 이들은 배우자를 맞바꿔 집단으로 성관계를 가졌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지금까지 30쌍을 소개했다. 대부분 고학력에 유학파도 많았다"며 "호기심으로 스와핑한 경우가 많지만, 5~6차례 이상 해온 중독자들도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스와핑 이후 가정이 파탄난 부부가 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산부인과를 개업한 C씨(39)는 또 다른 스와핑 사이트의 회원이다. C씨는 지난해 1월 자신이 운영하는 서울 강남의 바에서 한명의 여성 회원과 5명의 남성 회원 간 집단 성관계를 하는 행사를 주선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실제로 스와핑을 했다는 40대 무역업자 D씨는 "처음에는 아내가 '정신병자'라며 반발했지만 잘 설득해 지금까지 교수.교사 부부와 스와핑을 해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스와핑을 수사해 온 서울 강남경찰서는 정작 이들을 처벌할 법조항이 없어 고심하고 있다. 스와핑을 주선한 A씨는 처벌할 근거가 없어 참고인 자격으로만 불렀고, B씨와 C씨도 노래방과 바에서 음란행위를 한 혐의만 인정돼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입건했을 뿐이다.

경찰 관계자는 "10여개의 스와핑 사이트에 전국적으로 6천여쌍이 회원 가입한 것으로 추산되지만 금전거래가 없이 성인들의 자유 의사로 이뤄진 만큼 처벌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철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