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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세대 미국 동포 학생들 농촌 순회 '영어캠프' 봉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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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관촌중 영어캠프 '로즈반'의 교포 학생강사와 학생들이 율동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있다. 장대석 기자

11일 전북 임실군 관촌면 관촌중학교 2층 '로즈반' 교실. 20여 명의 중학생들이 손.발짓을 섞어가며 즐겁게 영어 노래를 부르고 있다. 교단 앞에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가르치는 강사인 조세정(15)양은 학생들과 비슷한 또래다.

미국 샌디에이고에 사는 조양은 친구.선배들과 함께 여름방학을 이용해 태평양을 건너왔다. 자신의 모국인 한국 농촌마을에 영어캠프를 꾸려 시골 아이들의 공부를 돕기 위해서다.

7일부터 19일까지 2주간 계속되는 이 영어캠프를 이끌고 있는 강사는 미국에서 태어난 한인동포 2세와 어릴 때 부모를 따라 이주한 이민 1.5세대 학생들. 인솔자(정특균.선교사)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중학생(3명).고교생(6명)과 대학생(7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 동포 학생이 관촌중학교의 도움을 얻어 개설한 영어캠프에는 초.중학생 18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수준별로 '애플반' '그레이프반' '멜론반' '파인반' 등 9개 반으로 나눠 오전에는 교실 수업을 하고 오후에는 포크댄스와 노래.축구.농구 등 레크리에이션과 스포츠 활동을 하면서 함께 어울린다.

수업은 동포 학생 2~3명이 함께 들어가 단어 맞추기 빙고게임과 스무고개 문답, 알파벳 찾기 퍼즐놀이, 몸동작 단어 맞히기 등 다양한 놀이를 섞어 진행한다. 아이들도 지루해 하지 않고 수업시간 내내 웃음꽃이 핀다. 또 강사들이 수업받는 아이들과 나이가 비슷한 또래여서 대화 주제나 내용이 저절로 눈높이가 맞춰져 소통도 잘 된다.

관촌중 2학년 이태관(14)군은 "학원 하나 없는 농촌이라 방학 때면 빈둥거리며 시간을 보내기 일쑤였는데 올 여름엔 미국서 온 형.누나들이 쉽게 영어를 가르쳐 주니 입속으로만 웅얼거리던 영어회화를 큰소리로 말할 자신이 생긴다"고 말했다.

미국 동포 학생들의 농촌학교 영어 캠프는 1년 전 이 학교 김영식(교무부장) 교사가 샌디에이고의 한빛교회를 방문한 것이 계기가 됐다. 김 교사는 친구인 한빛교회 목사로부터 "교회 청년회 소속의 한인 학생들이 매년 여름방학이면 중국.몽골 등으로 영어회화 교육 봉사활동을 다닌다"는 얘기를 들었다.

김 교사는 "한국에서도 도시 아이들은 학원에서 원어민들로부터 영어를 배우지만 시골 학생들은 그럴 형편이 못된다"며 모국 영어 자원봉사를 요청했다. 김 교사의 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인 교포 학생들은 모국 영어캠프를 위해 지난 1년간 준비를 했다. 식당의 음식 나르기, 베이비 시터(아이 돌보기), 잔디 깎기, 세차 등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비행기 값을 포함한 캠프 비용을 각자 마련했다.

또 매주 한 차례씩 모여 효과적인 강의법을 토론하는 한편 100쪽짜리 영어회화 교재를 직접 제작하고 파워 포인트 등을 이용한 수업 자료도 정성껏 만들었다.

강사로 참여한 동포 조혜원(23)씨는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니 하나라도 더 정성껏 가르치고 싶은 생각이 든다"며 "한국의 문화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우게 돼 오히려 학생들에게 감사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전주=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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