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 재산 환수작업 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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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위원장 김창국)는 18일 서울 충무로 극동빌딩 사무실에서 현판식을 열고 공식 출범한다고 13일 밝혔다. 조사위는 9명의 위원과 법무부.경찰청.재경부.국세청 등에서 파견된 공무원 등 104명으로 구성된다.

조사위는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에 규정된 친일반민족행위자들이 1904년 러일전쟁 개전 때부터 1945년 해방 때까지 취득한 재산을 1차적으로 조사한다. 조사위 관계자는 "을사늑약(1905년) 등 일제 침략에 동조하고, 일제로부터 작위를 받거나, 조선총독부 중추원 참의(요즘의 의원급에 해당) 이상의 직위를 가졌던 친일파 400여 명의 후손이 보유한 재산을 우선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사위는 위원회 직권으로 예비조사를 거쳐 조사 개시 결정을 내리거나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조사를 의뢰할 경우 곧바로 조사에 착수하게 된다. 조사위는 최근 예비조사를 벌여 이완용의 후손과 친일파 이재극.민영휘의 후손이 국가를 상대로 한 '땅 찾기 소송'에서 이겨 소유권을 인정받은 재산에 대해 조사 개시를 결정했다.

조사 결과 반민족행위의 대가로 취득한 재산으로 밝혀지면 위원회는 과반수 출석에 다수결 방식으로 '국고 귀속'을 결정하게 된다. 친일파 재산이 맞더라도 제3자가 사정을 모른 채 취득했다면 환수할 수 없다. 조사위 결정에 대해 당사자는 이의신청 및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뉴스분석

조사위의 활동은 ▶명확하지 않은 조사 대상▶몰수 재산의 범위▶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는 위헌성을 놓고 논란에 휘말릴 것으로 보인다. 조사위 활동의 근거가 되는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일제의 주권침해 과정에서 친일행적이 명백히 드러난 사람뿐 아니라 '조사위의 결정에 따라 친일의 정도가 지극히 중대하다고 인정된 사람'도 재산환수 대상에 포함된다. 조사위가 멀게는 102년, 가깝게는 61년이 지난 친일행적을 어느 선까지 보느냐에 따라 재산환수 대상이 크게 늘어날 수 있는 것이다.

이미 제3자에게 부동산을 매각한 경우 부동산은 환수할 수 없지만 땅 매각으로 생긴 부당이익은 환수한다는 방침이다. 부당이익을 어떻게 산정하느냐도 문제로 떠오른다.

조사위 관계자는 "재산권은 천부인권(天賦人權)이 아닌, 국가가 보장한 권리이기 때문에 국가의 존재를 부정했던 이들의 재산을 몰수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대한변협 민경식(56) 법제이사는 "소급입법 논란과 당사자에게만 벌을 가해야 한다는 법원칙에 어긋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친일파 후손들이 조사위의 결정에 불복해 특별법에 대한 위헌 소송이나 행정 소송 등 법적 대응에 나설 경우 후유증도 예상된다.

문병주.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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