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PANY] "직장 다니며 키운 9개월 된 내 아기…분유 먹여 본 적 없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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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GE코리아에서 일하는 나형옥(31.사진) 대리는 '열혈 엄마'다. 직장에 다니면서도 9개월 된 아들에게 분유를 먹여 본 적이 없다. 나 대리는 지난해 초 임신을 하자 '어떻게 모유를 먹여야 할까' 고민했다. 회사 여선배들에게 모유 수유에 관해 조언을 구하자 "불가능에 가깝다"는 답이 돌아왔다. 직장에서 틈틈이 젖을 짜서 냉장 보관한 뒤 집에 가져가야 하는데 젖을 짤 장소도, 보관할 장소도 마땅치 않다는 것. 화장실이나 회의실에서 문을 잠가 놓고 젖을 짤 수밖에 없는데, 불편함은 둘째 쳐도 위생적이지 않았다. 모든 직원이 쓰는 냉장고에 모유를 넣어 둘 수도 없었다. 하지만 나 대리는 포기하지 않았다. 사내 여직원 모임에서 이 문제를 이슈화했고, 회사에 수유실을 설치해 달라고 건의했다. 직원 자녀가 건강해야 일에 집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회사가 수유실 설치를 약속하자 나대리는 더욱 바빠졌다. 수유실이 있는 회사를 방문해 어떤 시설이 필요한지를 살폈다. 회사 일 하랴, 수유실을 꾸미랴 분주했던 그는 분만 예정일 전날까지 회사에 출근했다. 3개월의 휴직기간이 끝나갈 무렵, 젖병에 모유를 넣어 먹이는 연습을 했다. 회사 복귀 뒤엔 아침마다 아이스팩과 유축기(젖 짜는 보조기구)가 든 배낭을 메고 출근했다. 규칙적으로 모유를 짜기 위해 4시간 단위로 할 일을 정리하고, 틈을 내 수유실로 달려간다. 젖을 짜고 나면 마련된 냉장고에 모유를 보관했다가 아이스팩에 넣어 집으로 돌아온다. 아기를 봐주는 시어머니는 냉동된 모유를 중탕시켜 아기에게 먹인다. 연수나 해외 출장 때도 유축을 계속했다. 틈만 생기면 조용한 장소를 찾아 젖을 짜냈다. 규칙적으로 젖을 짜내지 않으면 모유 양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힘들고 번거롭지만 아직 감기 한번 앓은 적 없이 튼튼한 아들을 보면 힘이 솟는다고 나 대리는 말했다. 나 대리는 인구보건복지 협회가 주관한 '제8회 엄마젖 최고! 작품공모전'에 참여해 직장주부 사연 부문의 최우수상을 받았다.

글= 임미진 기자 <mijin@joongang.co.kr>
사진=최승식 기자 <choiss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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