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대희 칼럼] 고대 이집트인의 그룹섹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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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일전에 부산 지방에서 5000여 명의 회원을 둔 스와핑 클럽 운영자가 적발돼 경찰의 조사를 받는다는 뉴스를 보았다. 또 다른 보도에서는 수감생활을 마치고 나온 남편이 다른 남자와 짝을 지어 부부교환의 섹스를 즐기던 아내를 협박, 그 정부로부터 금품을 뜯어냈다는 끔찍한 소식을 전했다.

현대인의 성생활이 인간의 윤리를 벗어나서 방종의 길로 들어섰음을 알려주는 뉴스들이다. 그런 당사자들은 현대에 태어나기보다 차라리 고대 이집트 사회에 출생했었더라면 자유분방한 성생활을 즐기며 차라리 더 행복한 삶을 살았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고된 노동의 보상으로 주어지는 쾌락이 현대인의 섹스관이라면, 고대 문명에 있어서 섹스는 하나의 신앙이었고 인간생활의 최고의 가치였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그 명확한 증거들이 최근 고대 이집트 유물에서 종종 발견되고 있다는 것이 학자들의 주장이다.

수많은 후궁을 거느리고 유감없는 섹스를 즐겼다는 중근동국가들의 문화유산은 왕조 흥망성쇠의 템포가 빨라지면서 철저하게 파괴돼 후대에 전해지는 것이 거의 없지만, 파피루스라는 필기도구와 피라미드라는 장례 문화유산 속에 남은 이집트 문명의 면모를 보면 섹스는 당시 사회에 있어서 세상을 살아가는 최고의 가치이며 내세로 통하는 신앙이었다.

당시 유물들을 통해 고대인의 생활상을 고증한 리세 마니케의 '고대 이집트인의 성애생활'이란 저서 속의 이집트인 성생활을 보게 되면 온갖 사회적 제약 속에서도 용케 파고드는 현대인의 부부교환이나 그룹 섹스 같은 자유분방한 성생활은 하나도 나무랄 것이 못된다.

우선 기원전 5세기 그리스의 역사학자 헤로도토스의 기록에 의하면 고대 이집트인은 주야 2회씩 목욕하는 세계 제일의 청결한 민족으로 묘사되어 있는데, 그것은 섹스를 위한 사전준비의 하나였다. 게다가 신 앞에 청결하기 위해서 사흘에 한 번씩 전신에 난 털을 깎는다는 사제(司祭)의 생활 습관도 알고 보면 신도하고 갖는 신전매춘에 대비한 준비행동이라는 것이다.

불쾌한 체취를 제거하기 위해 그들은 스아프라고 하는 백색의 비누석을 사용한 것으로 돼 있고 남자는 페니스를 청결히 하기 위해 요즘의 포경수술처럼 귀두를 덮고 있는 포피를 잘라냈으며 여자는 성교 전에 목욕한다는 것이 하나의 생활 규칙이었다. 이뿐만 아니라 남녀를 불문하고 체모를 모두 깎았는데 이런 모든 행동이 사면발이나 이의 감염을 방비하는 목적에서 시행됐다는 점에서 아마도 난잡한 섹스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리세 마니케는 고대 파피루스에서 신전매춘을 그린 그림과 기록이 다수 발견됐다고 주장했는데, 그런 기록이 다량으로 발견된 것은 당시 고대인들의 성에 대한 믿음을 반영한 것이다.

그의 해설에 따르면 당시 사람들은 섹스를 통해 신과 인간이 교류한다고 믿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 뜻에서 창부(娼婦)는 신의 처(妻)라고 호칭되었고, 동시에 오늘날과 같은 천대받는 직업인이 아니라 만인의 존경을 받는 종교인의 하나였다. 성에 대한 인식이 그러했으므로 섹스 파트너가 없는 총각시절에는 신과의 교류가 단절되지 않도록 복수의 애인을 두는 것이 허용됐다. 하지만 그런 프리섹스도 일단 결혼한 뒤에는 일부일처제도를 견지하도록 강요되었던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왕후귀족들은 그런 구속에 구애받지 않고 장대한 할렘을 건설, 100여 명의 처첩을 거느렸다.

그런 자유분방함 속에서도 이집트의 혼인법은 매우 엄격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만약 남자가 다른 사람의 아내를 범할 경우 가차없이 거세(去勢)되었다. 쌍방 합의로 간통했을 경우라도 남자는 1000대의 곤장을 맞았고, 여자는 코를 베어 다시는 다른 남자 앞에 나설 수 없게 만들었다.

곽대희피부비뇨기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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