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격, 아시아정상 정조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한국사격이 도약의 조짐을 보이고있다.
그동안 세계무대에서는 물론 아시아권에서조차 중국·북한에 밀려 3, 4위권을 맴돌던 한국사격은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향상을 거듭, 40개의 금메달이 걸려있는 북경아시안게임에 상당한 기대를 모으고있다.
지난 9월 육참총장기 및 전국체전과 10월 금융단대회에서 각각 3개의 한국신기록을 수립한 사격은 지난달 3일 폐막된 종별선수권대회에서는 무려 5개의 한국신기록을 토해냈다. 이중에는 2개의 세계신기록(비공인)이 포함돼 세계수준을 향한 급성장을 실감케 하고 있다.
양궁이 세계 정상권에 올라선 79년 이후 꼭 10년만에 비슷한 여건의 사격도 세계문턱을 두드리고 있는 것이 공교롭다.
세계사격연맹(UIT)은 사격기록이 「고득점시대」로 접어들자 올해 초부터 직경이 0·5∼2㎜ 정도 축소된 새 표적지의 사용을 의무화했다.
따라서 신기록도 연초에 작성된 기록을 기준으로 삼고있어 신기록 숫자의 의미는 다소 약해졌으나 이점을 감안해도 실제기록의 향상은 눈에 띌 정도로 나타나고있다.
특히 이번 가을 세계신기록을 세운 센터파이어 권총(박병택·상무)과 소구경복사(유병주·상무)를 비롯, 남녀공기소총 및 공기권총은 세계정상권에 조금도 손색이 없다는 것이 사격인들의 중론이다.
이 같은 기록향상은 최근 도입된 새 장비와 서울올림픽 때의 사상 첫 메달(차영철의 은메달) 획득이 큰 힘이 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여온 공기압축식 공기총과 가스식 권총 등은 종전의 스프링식보다 반동이 적고 탄속이 빨라 격발 때 흔들림이 많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이유는 올림픽 후 사선을 떠난 스타들이 일선지도자로 나가 후배들에게 최신 기술과 경험을 직접 가르치면서 사격 붐 조성과 저변확대에 큰 기여를 했기 때문.
그러나 사격발전의 장애요인은 아직도 많다.
등록선수마저도 총기(화약) 소지가 금지돼 연습이나 시합 때마다 경찰에 신고하고 총기를 타다 경찰관 입회 아래 총을 쏴야하는 등 큰 불편이 아직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
시합이 가능한 실탄사격장도 태릉사격장과 전남 나주사격장 등 두 곳뿐이어서 전국에서 몰려든 선수들로 항상 초만원, 시간을 쪼개 연습을 하는 딱한 실정이다.
모두 30개의 금메달이 걸렸던 86서울아시안게임 사격에서 금7개(중국은 15개)를 획득했던 한국은 40개로 늘어난 90북경아시안게임에서는 10개의 목표를 잡고있다. <신동재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