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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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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03면

로마 교황 비오12세는 살육을 일삼는 스탈린의 공포정치를 맹렬히 비난했다. 스탈린은 그 말을 듣고 자신의 막료들에게 물었다. 『바티칸은 군대를 몇 수단이나 갖고있는가.』뒤늦게 이 말을 전해들은 교황은 말했다. 『우리의 군대는 모두 천국에 주둔하고 있다고 말해주시오.』
K 마르크스가 종교는 「인민의 아편」 이라고 한 말은 그의 초기 저작에 나온다.
그는 이 책에서 종교를 「피압박 민족의 증거」요,「무정한 (heartless) 세계의·감상」이며, 「기백없는 상태외 정신」 이라고 혹평했었다.
스탈린은 마르크스의 신자답게 종교를 「과학의 반대되는 존재」 라고 했다. 그런 스탈린도 무슨 영문인지 그의 아내가 죽었을때는 정통적인 종교의식에 따랐다. 그가 한때 신학교를 다녔다는 사실도 참 웃지 못할 일이다.
아무튼 소련 자주인 가가린도 우주선을 타고 지구궤도를 돌면서 한 말은,자주 어디를 찾아보아도 신은 없었다는 조롱섞인 말이었다. 소련 사람들은 그처럼 신을 비웃거나 부인해야만 마르크스주의의 신봉자로 행세할 수 있었다.
그 똑같은 종교를 놓고 과학자 아인슈타인은 『세상의 종교적인 경험은 과학연구의 뒤를 받쳐주는 가장 강하고,가장 고결하고, 고무적인 힘』이라고 했다.『종교가 없는 과학은 절름발이이고, 과학이 없는 종교는 장님』 이라고 말한 사람도 아인슈타인이었다.
정작 과학자는 과학에 접근하면 할수록 신비를 실감하는데,유물논자들은 과학의 이름으로 신을 부인하는 것은 어떻게 실명해야 옳은가.
그러나 오늘의 소련 집권자인 고르바초프는 지난 85년 9월 미국의 타임 잡지와 인터뷰를 하면서 하느님을 찾았다. 『높은 곳에 계신 하느님이 우리들에게 미소관계 개선방안을 발견할 수 있는 지혜를 주시기를 거절하지 않을것이 틀림없다』 고 한 것이다. 러시아어로 「프세무구스치」, 러시아어 사전을 보면 「전능자」 「지고자」「신의 이름중 하나」 로 풀이되어있는말을 서슴지않았다.
바로 그 고르바초프가 바티칸을 찾아가 교황 요한 바오로2세와 대화를 모색한 것은 마르크스식으로 말하면 「인민의 아편」 을 자청해 마신격이다. 러시아혁명이후 72년만에 처음있는 무신논의 원조와 유신논의 태두사이의 대좌다. 공산주의의 변화를 볼수 있는 가장 극적이고 심벌릭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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