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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랑을 뛰어넘다<신기원 연 80년대 한국스포츠>(1)|「88」이후 북방외교 "봇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80년대 한국스포츠는 유례가 다시는 없을 격변의 길을 걸었다. 그 행적은 혁명적 변화였고 경이로운 도약의 파노라마였다. 물론 서울올림픽이 그 상징적인 이벤트였으며, 그 외에도 프로스포츠의 착근 등 숱한 역사가 엮어졌다. 격랑의 10년을 정리, 90년대의 전진을 위한 거울로 삼아본다. <편집자주>
서울 올림픽을 유치, 개최함으로써 한국은 엄청난 변화에 휩쓸렸다.
그동안 한국과의 교류에 빗장을 걸어왔던 동구 공산권 국가들의 문이 활짝 열린 것이다.
올림픽을 통해 이념의 장벽을 뛰어 넘은 한국은 이제 스포츠에 관한 한 동구 공산권국가들과「대사급 수교」관계로 급변하고 있다.
올림픽 이전 한국과 공산권 국가들의 스포츠 교류라는 것은 극히 미미했었다.
지난 61년 월드컵 축구 예선전을 치르기 위해 한국과 유고가 상호 방문한 것을 효시로 공산권 국가들과의 스포츠 교류는 60년대와 70년대까지도 한국이 세계 선수권 대회가 열리는 공산권 국가들에 국제경기연맹의 회원자격으로 초청을 받아 참가하는 정도가 고작이었으며,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세계선수권대회에 이들 공산권 국가들의 초청은 아예 실현되지도 못했었다.
그러다 지난 77년 현 헝가리 타마스 아얀 NOC 사무총장이 국제역도연맹 사무총장 자격으로 첫 방한, 한국-동구 간 체육교류의 물꼬를 트는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아얀 사무총장은 이 같은 공로가 인정돼 미 수교국 인사로는 최초로 우리정부로부터 지난8월 체육훈장 청룡장을 받았다.
아얀 사무총장을 통해 한국의 스포츠를 접하게 된 소련 등 동구 국가들은 스포츠 교류를 희망해 오면서도 외교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교류를「유보」해 오다 85년 서울 세계유도선수권대회 때 대거 한국에 몰려온 것을 전기로 하여 서울 올림픽과 함께 본격적인 교류시대를 열었다.
또 중국과는 LA올림픽 직후부터 접촉이 활발히 이뤄져 86아시안게임을 거쳐 지금까지 폭넓게 교류를 진행시키고 있다.
체육부 조영승(조영승) 국제 체육국장은 『올림픽 이후 공산권 국가들과의 외교관계와 각종 체육교류 협정을 체결한 획기적 변화를 볼 때 스포츠가 북방 외교의 선두주자가 되었다는 역사적 자긍심을 가질 만 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국가 간 체육교류를 공식 인정함으로써 스포츠의 대사급 외교관계를 설정한 정부간 체육교류 협정들이 이러한 한국의 북방 외교성과를 뚜렷이 입증하고있다.
올림픽 직후인 지난해 10월 공산권 국가로는 처음으로 헝가리와 정부간 체육교류 협정을 체결한데 이어 지난 5월에는 폴란드와 두 번째 협정을 맺었다.
두 나라가 모두 체육교류 협정을 맺은 지 5개월 후 외교관계를 수립한 것은 주목할 일이다.
또 수교를 앞두고 있는 유고도 지난달 29일 체육부에 체육교류 협정에 대한 회신을 보내왔다.
이밖에 정부차원에서 스포츠 교류를 희망하는 동구권 국가는 불가리아로 내년 초까지 협정체결이 이뤄질 전망이다.
정부간 체육교류 협정보다 한 차원 낮기는 하나 국가올림픽위원회 등 민간차원의 협정교류도 활발하다.
정부는 대한올림픽위원회를 통해 소련·베트남·몽고·라오스 등 미 수교 공산권 국가들과 스프츠 교류협정을 추진하고 있으며, 소련은 북한을 의식, 이러한 민간 차원에서 만의 교류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 같은 체육교류협정 분위기에 편승, 최근 들어 전지훈련·친선경기·각종 국제대회·체육인사 초청 등 공산권 국가와의 각종 체육교류는 이미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중국·소련을 포함한 동구 9개국 3천 여명의 선수·임원이 참가했던 서울 올림픽 후 지금까지 중국·소련·유고·헝가리·불가리아 등 5개국 26개 대회에 3백 48명의 선수·임원이 파견됐다.
올 들어 한국을 찾은 중·소 선수들은 1백 18명이며, 소련·헝가리·동독·유고 등에의 전지훈련은 9종목 13회에 달한다.
이와 함께 지난 9월 세계한민족체육대회에서 우리 항공기가 소련 본토에 착륙하고 소련동포들을 북한의 집요한 방해 공작을 따돌리고 한국에 오게 한 소련정부의 결단도 스포츠 때문에 가능했던 쾌거였다.

<방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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