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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고발연극 미 공연서 "갈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최근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개최됐던 소련예술제때 레닌그라드의 말리극단이 선보인『형제와 자매들』(Brothers and Sisters)이란 연극이 대단한 호응을 얻었다.
2부로 나뉘어 장장 6시간 동안 계속된 이 연극은 특히 고르바초프가 추진중인 개방정책의 물결이 소련 연극계에도 급속히 파급되고 있음을 실감나게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과거엔 상상할 수조차 없었던 스탈린 폭정시대의 잔혹함과 굶주림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 연극은 『개인의 행복과 국가에 대한 의무의 한계점은 어디인가』라는 전체주의 국가 국민들이 쉽게 느낄 수 있는 문제점을 있는 그대로, 혹은 잔혹하게 보여주었다.
연극의 무대는 위대한 애국전쟁 (2차 세계대전)직후 소련북쪽의 페카시노라는 한 작은 마을로 당시의 빈곤과 굶주림을 70명의 배우가 출연,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특히 제2부의 첫 번째 부분은 즐겁게 노래하는 농부들의 추수장면을 보여주는 선전영화가 나오는데 이 화면이 올라가면서 쭈글쭈글한 얼굴로 허공을 응시하는 현실 극대로의 농부들이 등장, 당시의 시대상황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말리극단은 지난 83년 아브라모프와 함께 이 작품을 무대에 올리기로 하고 작업에 착수했으나 그 직후 아브라모프가 사망하는 바람에 잠시 중단됐다.
그 후 이 극단의 제프 도딘 감독은 단원들과 함께 3개월 동안 아브라모프의 출생지인 베르콜라라는 소련북부의 시골로 가 농부들의 통나무집에서 함께 숙식을 하며 현장감 있는 연습을 했고 85년 레닌그라드에서 초연했다.
러시아어로 공연돼 미국관객들에게는 헤드폰을 통해 동시통역 됐고 어쩌면 지루해지기 쉬운 6시간이라는 장시간의 공연에도 관객들은 공연이 끝나자 기립박수 속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박력 있는 연기와 화려한 무대·색상·고유의상, 그리고 생생한 묘사가 관객들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한편 국내 연극계에 따르면 말리극단은 이번 겨울에 잘 하면 우리나라 관객들에게도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알려졌다.

<유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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