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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동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우리 집 뒤
뜨락에
인왕산(인왕산)이 내려와서
바위 끝에 취암(취암)이라
깊은 글자 새겨 놓고
사시절
솔바람 소리
나를 울려 놓습니다
사직골
터를 잡아
산 높이로 집을 짓고
비스듬 세월 기대
나를 살라 하시더니
당신은
천만리 먼 길
훌쩍 떠나갔습니다.
밤 들면
떠오르는
우리 집 큰 등불을
모란꽃밭 닮았다고
남들은 말하지만
나는 이
불빛조차도
감내하기 힘듭니다.
밀물과
썰물사이
밟아 가는 아픈 상념
아니다 소리치며
발자국을 지워봐도
생각은
파도로 나가고
혼자 누운 해안선(해안선)

<이일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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