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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그리고 목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그늘 아래 약장수가 넉살을 팔고 있다.
대결이 멎은 날엔 도심은 부챗살을 폈고 원숭이 목례에 담긴 웃음들이 깨어났다.
파장의 그늘에선 축 처진 어깨를 들어 전날의 맵싸한 내음에 몸을 다시 떨었지만 밤이면 뒷짐진 걸음으로 어둠을 옮겨보곤 했다.
그냥 흔들리는 자리 끄름내를 맡아 왔다.
시끄럼이 뜸한 날은 이파리를 반짝이며 간간이 바다소리 섞인 흰 포효를 내보냈다.
요 며칠 아침엔 제법 일터로 가는 나에게 그런 대로 괜찮냐고 근황을 묻기도 하여 연달아 어떨는지 몰라 그냥 목례를 보내곤 했다.

<이상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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