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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담한 유권자에 금품공세|대만 내일 첫 복수정당 총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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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투표 하루를 앞둔 1일 대만의 첫 복수정당에 의한 선거전은 후보자들의 막바지 호소에도 불구하고 유세장 등에 나타난 유권자들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하다.
입법원(국회) 후보자들의 공식 유세활동이 17일부터, 현·시장 및 대북·고웅시 등 대도시의 유세전이 22일부터 시작됐으나 합동정견발표회장에 모인 군중이 1만 명을 넘은 것은 전국적으로 겨우 두 차례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전지역에 2천∼3천명선, 그렇지 않은 경우 겨우 수백 명 선에 머물고 있다.
이곳 신문들은 이 같은 냉랭한 유권자들의 반응이 다소 의외라는 평가이며, 일부 신문은 유세장의 후보자수와 유권자수가 거의 비슷한 1대 1의 정견발표회라고까지 풍자하고 있다.
최근 며칠 간 대북 신문들은 선거관계 보도 보다 오히려 주식시장 동향과 정부 및 투자자들의 반응에 더 큰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전체인구의 20%인 약4백만 명이 주식투자를 하고 있는 대만 증권시장의 주식시세가 최근 10여일 동안 하락세를 계속하더니 28일 하루에만 전날대비 무려 5·8포인트가 급락했다.
이처럼 유권자들이 선거보다 주식시세 등에 더욱 관심을 두는 것은 대만인 고유의 국민성에다 40년에 걸친 국민당의 전국민정치 불감증화에 따른 현상으로 지적된다.
서울 특파원을 지낸 대북 최대일간지 중국시보논설위원 주립희(주립희·40) 씨는 『대만국민들은 자기의 생활, 정치적 이익 등 직접적 관련이 있는 것에 관심이 있지 이데올로기 이념 등 비교적 관련이 멀어 보이는 분야에는 둔감하다. 이것이 한국의 국민성과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다. 말하자면 대만 인은 이기주의자들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중국시보 선거취재반원들이나 대만 행정원 신문국 관계자들은 겉으로 유권자들이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투표율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말한다.
자신에게 불이익이 돌아올지 모른다는 보신주의 때문에 겉으로는 무관심한 것 같지만 투표율은 적어도 85%를 상회 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한편 이번 선거에서는 지난달 창화현에서 무소속후보에 대한 기관총 총격사건을 빼면 이렇다할 폭력사태는 일어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엄청난 규모의 금전이 동원되어 이번 선거의 큰 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대만 금융당국의 통계에 따르면 7월 이후 대만금융기관의 예금총액 중 10월 중순까지 5백억원(약 1조 2천 5백억원)이 빠져나갔으며, 2일의 선거일 직전까지는 더 큰 뭉칫돈이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민당은 득표율 75%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민진당은 득표율 50%를「희망」하고 있다고 투표 이틀을 앞둔 지난달 30일 양당이 밝혔다.
국민당은 2백만 당원과 공무원 등 행정조직, 3개 TV를 위시한 매스컴을 최대한 활용하는 데다 군부까지 동원하는 등 집권당 프리미엄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대만은 공무원과 군인들도 정당가입이 허용돼 있고 중·고위직은 거의 국민당원이기 때문에 사실상 국민당·행정부·군부가 삼위일체인 셈이다.
한편 창당 3년, 합법화 1년도 안된 민진당은 국민당원수의 10%도 안 되는 1만 7천명의 당원들이 대만대 교수를 비롯한 일부 지식인과 학생, 기독교장로회 등의 지지를 받으며 거대한 국민당과 대결의 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급진·온건파의 내부 분열로 전력의 약화를 보이고 있다.
【대북=박병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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