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부품상 집단 휴업 사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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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전국에서 일제히 실시된 당국의 자동차 불법정비업소 단속에 자동차 부품상과 배터리 업소들이 집단 휴업으로 맞서는 충돌사태가 경기지역에 이어 서울 일원으로 번지며 전국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지역 2백여 자동차부품상 등 불법 정비소들은 25일부터 닷새 째 일제히 문을 닫고 휴업을 벌이는 한편 일부는 28일 밤 민주당사에 들어가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이 같은 사태는 지난 21일의 의정부시 등 경기지역 1백여 자동차 부품상들의 5일간 집단휴업에 뒤이은 것으로, 공인정비업소가 부족해 간단한 자동차수리의 절반이상을 맡고있는 이들 무허업소의 집단행동으로 각종 자동차 소유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지역 무허가 자동차 정비업소 주인들은 28일 각 업소에 돌린 결의문에서 『현행 자동차관리법은 10분이면 고칠 수 있는 가벼운 고장도 1,2급 정비업소만 취급하도록 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자동차 관리법을 개정, 부품 업소 및 배터리 업소도 간단한 정비는 할 수 있도록 양성화 시켜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당국은 최근 들어 자동차가 늘어나면서 서울 시내에서만 월 1천여 대가 넘는 차량도난사건이 발생하고 이들 차량이 대부분 무허업소에서 부품으로 분해돼 처분되는 등 각종 강력 범죄의 원인이 되고있을 뿐 아니라 면허 없는 무자격 정비로 운행사고의 우려가 많다고 판단, 일제 단속을 벌이게 됐다고 밝혔다.
고물상 영업허가를 받고 정비 영업하는 무허가 정비업소는 서울시의 2천 개를 비롯, 전국적으로 5천여 업소가 있다.
이들 업소는 2∼3명의 인원만 고용, 모두 고물상으로 등록한 뒤 차량의 액세서리와 부품교환 외에 1, 2급 정비업소만 할 수 있는 엔진과 동력 전달장치의 정비도 신속성과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취급하고 있다.
그러나 허가 자동차 정비업소는 허가조건 등이 까다로워 현재의 자동차수리 수요를 감당치 못하고 있는 상태다.
자동차관리법은 1급 자동차 정비업소는 대지 6백평, 2급 정비업소는 대지 4백평 이상의 면적을 확보하고 자동차 정비자격증 소지자 5명 이상을 고용해야 하며 일정기준의 검사 및 정비장비를 갖추도록 제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비업소 1개소를 신설하는데 50억∼80억 원의 자금이 소요돼 영세 배터리상·부품상들은 정비업소를 신설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자동차의 수요는 폭증하고 있으나 정비업소가 절대부족, 소비자 대부분이 차량의 간단한 고장수리·정비는 무허가 정비업소에 의뢰하고 있다.
자동차 90만대가 몰려있는 서울은 4백80여 개의 정비업소가 필요하나 등록된 정비업소는 3백10개 소에 그치고 있다.
교통부는 이에 대해『무허가 정비업소들은 차량전문 절도범들이 훔친 차를 도색·판금 등으로 변조해 중고차 시장에 되팔거나 범죄에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단속이 불가피하다』며 『자동차 정비업소의 절대부족 문제는 허가제를 등록제로 바꾸고 대지면적도 1급은 6백평에서 4백 평으로, 2급은 4백 평에서 2백 평으로 시설기준을 완화, 소규모 자본으로도 정비업소를 설립·운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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