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 정화는 시민의식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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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울 광화문의 대기오염 표지판에 나타난 『아황산가스 0·17 PPM, 환경기준0·15 PPM』을 본 시민 중 몇 명이나 그 의미의 심각성을 실감했을까. 대부분의 시민들은 자기가 별다른 지장 없이 숨을 쉬고 있음을 확인하면서 단순한 수치상의 기록일 뿐 생활과는 무관하다고 느끼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아황산 가스기준 농도 0·15 PPM은 1년에 3회 이상 초과하면 인체에 즉각적인 피해의 위험이 있다는 단기적 오염 허용 한도를 나타낸 것이다. 서울을 비롯한 우리 나라 대도시 시민들 대부분이 이 같은 한계 치 이상의 대기오염 속에서 일상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단기적 환경기준이 초과된 시점이 본격적인 겨울 추위가 시작되기 전인 지난 22일부터라니까 앞으로 영하의 추위가 잦게 될 한겨울 동안 우리가 한시도 숨을 멈출 수 없는 대기의 오염이 얼마나 심화될 것인가는 쉽게 추정할 수 있다. 오염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이 화급한 실정이다.
도시대기 중 아황산가스는 그 60% 정도가 연탄이 연소 될 때 배출되며 빌딩이나 아파트 난방연료인 벙커 C유와 가정용 난방과 트럭·버스 등 차량 연료인 경유가 주범이다. 대기오염을 줄이려면 이들 연료를 천연가스 등 공해배출이 없는 연료로 대체하는 일이 이뤄져야만 한다.
그러나 이들 청정 연료 자체가 값이 비쌀 뿐만 아니라 이에 따르는 시설 개체 비용이 엄청나기 때문에 연료대체 계획이 난관에 봉착해 있음을 모르는바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1년에 3회 이상 초과하면 분명한 건강상의 위 해를 가져올 수 있다는 기준치를 훨씬 초과하고 있는 대기오염을 속수무책으로 방관하면서 시민의 공해 불감증만 다행히 여기고 앉아 있어서는 안 된다. 시급히 가능한 대책이 강구돼야만 한다.
환경청이 우선 급한 대로 매연 차량을 단속하고 빌딩의 매연과 공사장이나 차량정비 업소의 폐유 등의 불법 소각을 단속한다고 나선 것은 최소한의 조치에 불과한 것이다. 과거의 선례로 보아 단속의 적극성이나 철저함에 신뢰가 가지 않고 어차피 단속인력의 한계 때문에 크게 기대할 수 없는 실정이다. 결국 국민들의 적극적인 행동과 자발적인 협조가 우선돼야 한다. 이를 유도하기 위해 공해 표지판도 대로상에 세워져 있다.
매연이 심한 건물이나 차량의 소유자는 솔선해 스스로 공해발생 요인을 제거하고 공사장이나 정비소의 쓰레기도 유해가스를 내뿜는 물질은 태우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눈에 띄는 공해 배출에 대해서는 단속반에만 미루지 말고 모든 시민이 앞장서 경고하고 고발하는 정신과 행동이 절실한 것이다.
공해란 피해자와 가해자가 따로 없이 모두가 피해를 보는 것이므로 이를 방지하는데도 모든 국민이 시민의식을 발휘해야만 가능하다. 아울러 당국은 대기 오염을 원천적으로 제거할 수 있도록 연로개체 작업을 서둘러 추진하고 지원해야겠다. 돈을 아끼기 위해 건강을 해칠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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