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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 소리 난' 로비 술값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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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10일 대출알선 명목으로 3억원대의 금품과 향응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군인공제회 직원 B씨(43).K씨(37) 등 2명을 구속했다. 경찰은 B씨 등에게 돈을 준 D사의 G(32) 사업본부장을 배임증재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B씨 등은 지난해 3월 서울 강남의 V룸살롱에서 G씨를 만나 향응을 접대받았다. 당시 D사는 강원도에 리조트를 개발하는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군인공제회로부터 700억원의 투자를 받으려고 했다. 감사실.비서실 등에 근무했던 B씨는 이 투자비를 알선해주는 대가로 7억원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후 B씨는 "상의할 게 있다"며 D사 관계자를 수시로 불러내 술값을 내게 했다고 한다. 서울 역삼동.논현동.삼성동 일대의 룸살롱에서 많게는 하룻밤에 640만원어치의 술을 마셨다. 세 군데의 룸살롱을 섭렵한 날도 있었다. 지난해 12월까지 70차례나 이어졌다. D사가 지출한 접대비용이 모두 1억3000만원에 달했던 것으로 경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B씨 등은 룸살롱 접대뿐 아니라 로비자금이 필요하다며 D사 대표한테서 현금 2억원을 따로 받아냈으며, 대부분을 개인 용도로 썼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그러나 군인공제회는 D사 측의 제안에 대해 올 4월 '사업성이 없어 투자불가'라는 결정을 내렸다. D사는 로비가 실패했다며 돈을 되돌려줄 것을 B씨 등에게 요구했다. 다급해진 B씨 등은 친지에게 꾼 돈으로 2억원을 마련해 갚았지만 술값은 갚을 수 없다고 버티다 이 소문이 경찰의 정보망에 걸렸다.

경찰은 수사과정에서 D사로부터 향응.접대 내역을 기록한 목록을 입수했다. D사 측이 B씨 등에게서 술값을 받아내려고 만든 것이었다. 이 목록에는 금액이 원 단위까지 나왔고, 영수증과 같은 증빙서류도 첨부됐다.

B씨는 경찰에서 "2억원은 개인적으로 빌렸다 갚았다. 접대도 몇 번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군인공제회는 "B씨 등의 개인 비리이며 군인공제회는 심사를 삼중으로 하는 등 엄격한 투자결정 절차를 갖췄다"고 밝혔다.

이철재 기자

◆ 군인공제회 = 1984년 군인.군무원의 생활안정자금 마련, 복지후생, 주택사업 등을 위해 만들어졌다. 5조2000억원의 자산을 운용하기 위해 주식.채권 투자와 건설사업 등 수익사업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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