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놀이만 밝히는 증권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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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증권사들은 기관투자가인가, 돈놀이 장수인가.
올 들어 증시가 장기 침체국면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증권사들이 기관투자가로서의 역할을 하기는커녕 연리 13% 짜리 신용대출을 2조6천여억원이나 깔아놓은 채 이자나 챙겨가고 있고, 툭하면 투신이나 은행· 단자· 보험 등 다른 금융기관들에 주식매입자금의 뒷돈을 대달라고 손을 벌리기 일쑤여서 빈축을 사고 있다.
올 들어 증권사들은 줄곧 자금난을 호소해 왔고 증시의 수급 불균형을 초래한 정부의 정책을 비난하며 획기적인 증시부양책을 요구해온 끝에 결국 24일 「특담」 이라는 대어를 끌어냈다.
그러나 알고 보면 증권사들이 자금난에 빠지게된 것은 신용융자를 대폭 늘린 탓에 스스로 자금흐름의 심각한 경색에 빠져든 것이요, 수급불균형이란 것도 증권사들이 서로 경쟁적으로 증자를 실시하며 자초한 요인이 크다.
증권사들은 올 들어 경쟁적으로 마구잡이식 증자를 실시, 지난 10월말까지 24개 사가 자그마치 총 2조6천3백61억원의 자금을 증시에서 거둬들였다. 이 금액은 같은 기간 제조업체 모두를 합친 증자규모 2조9천1백70억원과 맞먹는 금액이다.
더구나 증권사들은 앞으로 연말까지 남은 기간에도 8천여억원의 증자를 예정하고 있어 연말까지의 증자규모는 무려 3조5천1백40억원에 이르게 된다. 물론 이처럼 증자한 돈으로 증권사들이 주식과 채권을 사긴 샀다.
그러나 그 같은 주식과 채권매입 금액을 합쳐봐야 올 들어 고작 1조8천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결코 자금난에 빠질만한 규모가 못된다.
정작 증권사의 자금난을 초래한 것은 바로 엄청나게 불린 신용융자이며 여기에다 증권사들의 부동산구입도 한몫을 했다.
연 13%의 이자가 붙는 신용융자 잔고는 작년 말 1조4천2백93억원에서 10월말 현재 2조6천5백75억원으로 무려 1조2천억원 이상이 늘어났다.
게다가 증권사들이 올 들어 10월말까지 지점· 사택구입 및 확장 등으로 부동산을 구입한 규모는 장부가 액으로 2천2백55억원에 이른다.
한마디로 기관투자가로서의 체면이 말이 아닌데, 증권사들은 이제부터라도 증시부양책만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기관투자가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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