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관행씨 입김' 통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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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 브로커 김홍수(58.수감 중)씨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9일 김씨에게서 돈을 받고 재판에 개입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구속된 전 고법 부장판사 조관행(50)씨 부인의 금융계좌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다시 청구키로 했다.

검찰은 2001~2004년 조씨의 계좌에 3400여만원이 입금된 것 외에 부인 계좌에도 2002년 9월부터 7차례에 걸쳐 수천만원이 들어간 정황을 잡고 수사 중이다. 조씨는 영장실질심사에서 "아내 계좌에 입금된 현금은 아파트와 연립주택을 판 돈으로 김씨와 전혀 연관이 없다"고 주장했다.

◆ "대가성 규명이 관건"=조씨에게 적용된 알선수재 혐의는 알선의 성사 여부와 상관이 없다. 조씨가 재판부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구체적인 약속이나 암시를 하고 돈을 받기만 하면 성립되는 죄다. 조씨가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검찰 관계자는 "대가성이 없다는 조 전 부장판사의 주장을 깨는 것이 수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관건"이라고 말했다. 조씨는 청탁받은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구속영장에 따르면 조씨는 2001년 말 서울지법 부장판사로 근무할 때 김씨로부터 "동생이 일산에서 10층짜리 건물을 지었는데 토지소유자가 가처분신청을 해 분양이 안 되니 담당판사에게 잘 부탁해 달라"는 청탁을 받았다. 김씨는 당시 조씨의 승용차에 1000만원을 넣어줬고, 사건이 원하는 대로 해결되자 한 음식점에서 500만원을 추가로 건넸다. 2002년 4월에는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여관이 행정소송에서 이길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청탁과 함께 1000만원을 받았다고 한다. 이 중 500만원은 조씨의 사무실에서 건네졌다. 김씨가 운영하는 카펫 업체 여직원의 오빠가 '카드깡'으로 구속되자 보석신청 방법을 가르쳐줬고 그 대가로 1000만원 상당의 가구와 3000만원짜리 이란산 카펫 2장을 받기도 했다. 같은 해 3월 서울 서초구 유흥주점에서 김씨로부터 "주변 사람들 사건 해결을 계속 도와 달라"는 취지로 200만원을 받는 등 지난해까지 12차례에 걸쳐 전별금.명절떡값.휴가비 명목 등으로 2200만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브로커 김씨가 조씨 등을 통해 청탁한 사건의 담당 판사들은 일단 수사 선상에서 배제됐다. 검찰 관계자는 "판사들에게 직접 확인한 결과 김씨를 알거나 만난 적이 없는 것으로 결론났다"고 말했다.

◆ 입 열면 수사 확대 가능성=현재 검찰은 수사선상에 올라 있던 현직 판사 3명, 검사(검사 출신 변호사 포함) 3명, 경찰 1명에 대한 형사처벌도 검토하고 있다. 이 중 1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대법원 재판연구관 K씨와 3000만원의 금품 수수 의혹이 있는 부장검사 출신 P변호사에 대해선 조만간 신병처리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조씨는 김홍수씨를 만나는 자리에 동료 판사들과 동행했고, 일부 판사는 이후 김씨와 따로 만나 돈독한 관계를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구속된 조씨가 자포자기 심정으로 입을 열 경우 사건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문병주.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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