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녹취록] "미국과 회담·통화는 YS·DJ 합친 것보다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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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9일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작전통제권 환수 문제를 중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실리적으로 큰 문제가 없다면 어느 정도 비용을 지불하고라도 이것은 꼭 갖춰야 될 국가의 기본요건이다. 우리 역사에 있어 자주국가로서의 위상을 바로 세워야 하는 건 바로 세워야 한다. 돈이 들어도 용산기지는 이전해야 되고 한국군이 좀 걱정되더라도 작전통제권은 이양받아야 된다. 그럼 그럴 능력이 있느냐가 논의되겠지만, 여러 가지 있을 수 있지만 장래에 있어 동북아의 평화구조나 남북관계의 안정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 "전작권 없이 자주정부 있겠나"="전작권이 없을 때 한반도에서 대한민국 정부가 자주적 정부로서 역할을 하겠느냐. 이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 (참여정부가) 노태우 대통령 시절에 한나라당에서 만든 방향에 따라 하고 있는데 한나라당이 다시 들고나와 시비하니까 도대체 어쩌자는 거냐. 정치적 흔들기냐. 한국의 국방력이 후퇴했다는 것이냐. 무슨 얘긴지 이해할 수 없다."

-한.미관계가 어려운데 전작권 환수를 추진해야 하는가.

"한.미동맹에서 주한미군 재배치, 용산기지 반환, 방위비 분담 문제 이런 것에서 다소 이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의 세금이 들어가고 나라 장래의 문제이니 협상해야 한다. 이것 하나만 국민에게 물어보자. 상대방이 하자는 대로 다 해주기 어려운 현실이 있다. 협상해야 되지 않는가. 자연스러운 협상과정을 (일부에서) 갈등이라고 계속 부풀리고 있는 거다. 정치적 공격 자료로서 심지어 (내가 부시 대통령과) 전화한 지 몇 달 됐느냐고 한다. 자주 만나고 전화 자주 하면 한.미관계 잘되는 거라면 내가 제일 많다. 김영삼.김대중 대통령 합친 것만큼 했다. 자주 만나는 것과 전화 가지고 따지는 등 유치하게 하지 말자."

-전직 국방장관들이 시기상조론을 내세우며 전작권 환수논의 중단을 촉구한 바 있다. 조기환수 논의로 국가안보가 흔들리게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 "한국 방위역량 과소 평가돼"="(앞으로도) 기간이 길지 않은가. 그 기간에 우리 군이 독자적인 작전 통제를 위해 보완할 것은 보완하고 있고 국방개혁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시간이 그 정도면 충분하다. 오히려 좀 더 앞당겨도 충분하다. 국가안보에 큰 문제가 없다. 한국군의 역량이 충분하고 한.미동맹은 흔들리지 않는다. 그 이전에 한국은 자주국방을 할 만한 때가 됐다. 한국의 방위역량은 많이 축소돼 알려져 왔다. 과소 선전돼 왔다. 북한의 안보위협을 부풀리는 경향은 아직도 민주 정부가 세 번 들어섰지만 여전하다. 북한의 군사위협을 부풀리고 한국의 국방력을 폄하하는 경향은 고쳐야 한다."

-한국은 전작권 환수 시기로 2012년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2009년에 조기 이양하겠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양측 견해 차이가 조정 가능할 것으로 보는가.

"우리 군의 눈이 높다. 미국의 시스템을 잘 알고 있어서 미국 수준으로 자꾸 높이자는 것이다. 미국 수준에는 시간이 걸린다. 방위력은 충분하다. (우리) 군의 욕심은 차제에 최고 A급, 최고 수준의 장비와 시스템을 갖춘 군대를 만들어 보고 싶은 거다. 대통령이 환수 의지가 강하니까 그 상황을 이용해서 세계 최고의 군대를 만들고자 하는 거다. 최고 장비, 최고 시스템을 내놓으라는 거고, 대통령이 '그래 준다'는 거고, 2012년까지 할 생각인데, 그 이전에도 전작권 행사에는 지장이 없다."

-전작권 환수가 우리가 감당 가능한 것인지 설명해 달라.

"예산 소요는 주로 국방개혁과 군 구조 개혁에 따르는 소요이지 전작권 환수 때문에 더 들어가는 예산은 아주 적은 부분이다. 전작권을 환수해도 미국의 정보자산은 한국과 협력되고 있다. 정보자산 협력 없는 동맹이 어디 있나.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도 정보활동은 한다. 그런데 이제 욕심에 한국군이 독자적으로 하자는 거다. 욕심이다. 지금도 할 수 있지만 그 수준을 높이자는 거다."

-한미연합사 해체 시 문제는 없나.

◆ "자존심 없는 얘기 그만하자"="염려 안 해도 된다. 주한미군은 계속 주둔한다. 숫자가 결정적 의미를 갖는 것도 아니다. '한국이 북한을 상대로 자기 국방도 자기 방위도 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그렇게 말하는 건 정말 사리에 맞지 않는다. 부끄러운 일이다. 이제 그런 부끄러운 일은 안 했으면 좋겠다. 자존심도 없는 얘기는 그만 했으면 한다."

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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