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보다 내수로 눈돌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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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정부와 업계의 손발이 맞지 않고 있다.
정부는 업계가 그전처럼 안따라 준다고 불만이고 업계는 정부정책이 일관성이 없으며 정책대응도 실기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수출을 보는 종합상사들의 자세도 달라졌다. 종합상사들은 이제 채산이 맞지 않는 수출위주에서 조금 벗어나 일본처럼 내수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보고있으며 연말이 되어도 과거처럼 밀어 내기식 수출만은 주저하고 있다.
실제로 10월말 현재 수출실적을 보면 현대종합상사가 42억 달러로 올 수출목표 67억 달러에 크게 미달하고 있으며 대우는 60억 달러 목표에 33억 달러, 럭키금성상사는 41억 달러 목표에 24억달러 수준에 그치고 있다. 삼성물산과 쌍룡만이 각각 68억 달러, 18억 달러 목표에 52억 달러, 14억 달러를 기록해 비교적 목표달성전망이 밝다.
정부는 그동안 과도한 흑자를 줄이기 위해 내수·수출의 확대균형정책을 펴왔으며 급속한 원화절상·임금상승에다 미국의 수입개방압력도 가중돼 왔다. 특히 사회여론은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을 심하게 매질하는 분위기였고 정부의 여신규제까지 겹쳐 기업의 자금난도 심화되었다.
3저 호황 끝에 3중, 5중고가 한꺼번에 들이닥친 것이다.
문제는 밖으로 드러난 수출부진 현상보다도 정부와 업계의 2인3각 체제가 깨지고 양자의 시각차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정부와 업계는 현재의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부터 다르다. 정부는 현상태를 산업구조 조정과정으로 파악한 반면 업계는 경제가 구조적으로 내려앉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 14일의 경기부양책도 양자의 보이지 않는「파워게임」에서 나타난 결과라고 볼 수도 있다.
업계도 정부를 비판만 할수 없는 입장이다. 3저 호황때 벌어들인 돈으로 기술개발보다는 단순설비확장에 쏟아 부었고 부동산·증권투자에 관심을 가졌다.
종합상사들은 내년수출목표를 올해 수출예상액보다 15%가량 늘려 잡고있다. 그러나 수출을 독려하는 정부나 종합상사들의 자세에 열의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수출회복을 위해서는 정부와 업계의 손발부터 맞춰야할 것 같다.<길진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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