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헝가리 의회 연설<요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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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나는 대한민국과 헝가리 공화국의 수교가 이루어져 이 아름다운 나라를 방문하는 대한민국의 첫 대통령이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나는 지난 10월 23일 이「명예의 전당」에서 새로운 헝가리 공화국을 선포하는 장면을 온 세계인과 함께 경의와 감동으로 지켜보았습니다.
한국과 헝가리 양국의 외교관계 수립은 우리 두 나라 뿐 아니라, 온 세계에 화해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전후 반세기 가까이 지속되어 온 냉전의 양극체제가 역사 속에 사라지고 새로운 화해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희망의 신호입니다.
두 나라 국민은 역사적으로도 비슷한 운명을 겪어 왔습니다. 헝가리 국민이 애국심과 자유에의 의지가 남달리 강한 것처럼, 강대 민족의 수많은 침략을 물리치며 주체성과 독립을지키고 살아 온 우리 민족 또한 그러합니다.
헝가리 공화국이 나아가고 있는 개방·개혁·민주화는 바로 우리 한국이 추구해 온 국가건설방향과 그 ??를 함께 하는 것입니다.
헝가리 공화국의 새로운 결단은 헝가리의 발전은 물론 더욱 훌륭한 세계를 만드는데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한국 정부는 그 동안 관계가 단절된 국가들과 적극적인 관계를 여는 북방정책을 추진해 왔습니다. 한국과 헝가리간의 국교수립은 북방정책에 대한 우리의 확신을 더욱 굳게 해 주었습니다. 폴란드도 최근 헝가리에 이어 우리와 외교관계를 열었습니다.
우리는 중국과 소련, 동유럽의 다른 나라들과도 교류협력하며 관계증진을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헝가리 공화국이 동서의 장벽을 철거한 것처럼, 우리는 한반도를 남북으로 가르는 장벽을 걷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가고 있습니다.
한반도에 긴장을 완화하고 화해의 길을 여는데 헝가리 공화국도 지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와 새로운 관계를 맺는 나라들이 우리와 좋은 관계를 이루어 나가는 것과 똑같이 북한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해 나가기 바랍니다.
우리는 북한의 고립화를 원하지 않습니다.
헝가리가 개혁의 큰 변화를 이루고 있는 것과 같이 한국도 조용한 혁명이라 부를 만큼 민주적인 변혁을 이루어 왔습니다.
우리 국민의 뭉친 힘으로 이 같은 전환기적 현상은 극복되어가고 있습니다.
개혁은 언제나 어려움과 불안정성을 내포하며 때로는 위험성이 뒤따르기도 합니다.
헝가리의 개혁에도 어려움이 따를 것입니다. 위대한 헝가리 국민은 이 모든 것을 극복하고 세계가 주시하는 개혁의 과업을 훌륭히 이루어 나갈 것으로 믿습니다.
나는 위대한 헝가리 국민이 우리보다 더욱 훌륭한 「다뉴브강의 기적」을 이루게 되리라고 확신합니다. 한국은 새로운 동반자로서 헝가리의 발전을 위해 우리의 힘이 미치는 한 최선의 기여를 할 것입니다.
나는 어제 우리 두 나라 항공기가 서울과 부다페스트에 취항하기 위한 항공협정의 서명을 지켜보았습니다. 한국과 헝가리를 잇는 협력의 가교를 통해 앞으로 많은 것이 자유로이 오갈 것입니다.
이상과 사고, 통상과 협력, 문화와 예술…흐뭇한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오가며 우리 모두의 생활을 더욱 풍요롭게 할 것입니다.
나는 한국과 헝가리 두 나라의 관계를 세계의 모범이 되는 우호협력관계로 발전시키려합니다.
헝가리는 냉전의 장벽을 가장 먼저 철거했습니다. 이제 장벽의 붕괴는 베를린과 세계 곳곳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희망의 물결이 이지상의 모든 장벽을 헐어 마침내 「화해로운 하나의 세계」가 열리게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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