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미지 나쁜 동네 이름 바꾸기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서울 관악구 봉천동과 신림동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달동네의 대명사였다. 하지만 지금은 재개발이 이뤄져 번듯한 아파트가 들어서 있다. 봉천동과 신림동은 내년부터 달동네 이미지가 강한 지금의 명칭 대신 새 이름을 쓰게 될 전망이다.

행정자치부가 3월부터 5개월간 전국적으로 읍.면.동.리 단위까지 행정구역 명칭에 대한 조사를 벌여 우선 연말까지 104곳의 이름을 고치기로 했다.

기지촌이 연상되는 경기도 동두천시와 도축장 이미지가 강한 서울 성동구 마장동 등도 이름을 바꾸기로 했다. 꼴찌가 연상되는 서울 강동구 하일동도 마찬가지다. 명칭의 어감이 좋지 않아 심적 고통을 받아온 곳도 많다. 경기도 여주군 하품리는 정품리로, 전남 장성군 북이면 사가리는 복암리로 이미 바꿀 명칭을 정했다. 아직 새 이름을 정하지는 못했지만 강원도 춘천시 통곡리와 양구군 죽1.2리, 경북 포항시 죽장면 두마리 등도 내년부터는 새 이름을 쓸 예정이다. 땅끝마을로 유명한 전남 해남군 해남읍 갈두리는 지역 명칭을 아예 땅끝리로 바꾸기로 했다. 지역 명칭을 관광 브랜드로 육성하려는 주민들의 의견이 반영된 것이다.

일제가 강점기에 의도적으로 지명을 왜곡한 곳도 대대적으로 정비된다. 특히 강원도 강릉시 왕산면과 같이 임금 왕(王)자를 성할 왕(旺)으로 바꾼 곳이 많다. 강원도 정선군 동.남.북면처럼 단순히 방위를 나타내는 말을 지역명으로 쓰는 곳도 새 이름을 찾게 된다.

이들 지역은 연말까지 주민 과반수를 대상으로 명칭 변경 동의 여부를 물어야 한다. 조사 대상자 중 3분의 2가 찬성하면 명칭 변경이 확정된다. 법정 지자체인 동두천시는 지방자치법을 개정하고, 나머지 일반 구와 읍.면.동.리는 조례를 바꾸게 된다.

최현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