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파는 처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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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꽃분이의 아버지는「배 지주 놈」의 머슴이었다. 주인집에서 좀 쌀 두말 빚진 것이 빌미가 되어 평생을 두고 「지주 놈」의 시달림을 받다가 그 아버지는 세상을 떠난다. 꽃분이의 오빠 철용이가 아버지의 대를 이어 그 집의 머슴이 된다.
하루는 꽃분이의 어린 동생 순희가 주인집의 대추알을 만지고 있는 것이 「지주 놈」의 눈에 띄어 학대를 당한다.
순희는 두 눈이 찔려 눈이 먼다. 오빠 철용은 원한에 사무쳐 복수를 하려다 일제 경찰에 붙잡혀 옥살이를 하게된다.
간악한 「지주 놈」은 오빠 대신 어머니를 머슴으로 끌어간다. 그 어머니는 고생, 고생 끝에 쓰러진다. 이번엔 꽃분이를 머슴으로 데려 가려고 한다. 하지만 어머니는 꽃분이 마저 머슴살이를 시키고 싶지 않았다. 아픈 몸을 일으켜 이를 악물고 밤낮으로 일을 한다. 꽃분이는 어머니의 약값을 대려고 꽃을 팔러 다닌다. 그러나 어머니는 꽃분이의 약을 먹어보지도 못하고 「지주 놈」에게 폭행을 당해 죽고 만다.
꽃분이는 머슴살이를 피해 눈먼 동생을 남겨둔 채 오빠가 갇힌 감옥을 찾아간다. 그러나 감옥의 간수는 오빠가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준다. 꽃분이는 절망해 몇 번이고 자살을 생각했지만 동생이 마음에 걸려 집으로 돌아온다.
그때「지주 놈」은 살풀이를 한다고 눈먼 동생을 눈 구덩이 속에 던져 죽이려 하고 있었다. 꽃분이는 그 동안 쌓이고 쌓인 원한과 적개심이 폭발해 「지주 놈」의 면상에 화로를 던진다. 주위에서 달려들어 꽃분이는 반주검을 당한다.
바로 그 무렵 오빠 철용이가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께서 이끄시는 조선혁명군』대원이 되어 나타난다.
북한의 과학백과 사전 출판사 발행 『백과 전서』는 『꽃 파는 처녀』라는 제목이 붙은 이 연극을『위대한 수령님의 영생불멸의 주체사상과 주체적 문예사상을 완벽하게 구현하고 있는 명작』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북한 적십자대표들은 바로 이 연극을 서울에서 3시간 10분씩 4회에 걸쳐 공연하겠다는 고집을 부리고 있다.
결국 남한사람들도 김일성 우상화의 들러리가 되어달라는 주문이다. 대명천지 밝은 세상에 착각을 해도 한참하고 있다. 북한 사회에 마지막 남은 문제는 바로 그와 같은 폐쇄적인 사상에 코가 꿰어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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