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열입시서 벗어나는 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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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해마다 이맘때면 어김없이 닥쳐오는 입시전쟁이 전기대학 원서접수가 시작되면서 또 다시 초읽기에 들어가고 있다. 대학입시의 성패가 인생을 결정짓는 최후의 관문인양 지난 10여년을 이 한차례의 결전을 위해 줄달음쳐온 80여만의 수험생들과 그들 뒤에서 수험생 못지 않게 초조와 불안으로 자녀를 돌봐온 학부모들의 졸인 마음이 막바지에 달해있는 오늘이다.
지금와서 새삼 대입제도의 개선을 요구한다거나 사회전체를 이처럼 열병에 들뜨게 하는 과열된 교육풍토를 개탄할 겨를이 없다. 비록 잘못된 교육풍토, 왜곡된 입시제도라고는 하지만 지금 당장 수험생과 학부모들에게 긴요한 사항은 내 자식 내 자녀만큼은 대학엘 들어가야한다는 외길의 집냠밖에 생각나질 않는다.
어느 가정, 어느 학부모인들 이런 짐념과 소망을 포기한 적이 있었겠는가.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그렇질 않다. 한해의 4년제 대학 정원 20만명 남짓에 지망생은 80여만명, 어김없이 4·5대1의 높은 경쟁은 조금도 수그러들지 않은채 높아만 가고 있다. 20만명이 들어간다면 60만명이 낙방할 수밖에 없는 냉엄한 현실을 왜 애써 우리의 학부모들은 외면한채 그 참혹한 전쟁의 와중에 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는가.
어떤 제도, 어떤 묘책으로도 이 단순하고도 쉬워보이는 산수를 풀어내지 못했다. 제도와 공식으로 풀수 없는 인간의 내면심리, 내 자녀만은 대학엘 들어가야 한다는 아집의 부모심리가 하나씩 쌓여 오늘의 대학입시 열병을 심화시킨게 아닌가. 초조와 불안한 마음으로 부적을 구하고 용한 점장이를 찾아 나서기에 앞서 우선 우리의 학부모는 이런 아집과 편견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자녀에 대한 아집과 편견에서 벗어날때 입시생의 학과 선정과 대학진학은 자녀의 적성과 성격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는 객관적 판단이 서게 될 것이다. 적성과 능력에 따른 지원으로 남은 기간을 최대한으로 활용해 최선을 다하라는 학부모의 격려가 억압과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을 입시생들에게 남은 최대의 격려일 수 있다.
적성과 학업능력에 따른 대학지원이라고 해서 입학의 성공은 아무도 보장할 수 없다. 대학 입시의 실패가 인생 전부의 실패일 수 없다는 진부한 위로가 적어도 입시생 학부모의 귀에는 들어오지 않는다. 왜 그런가. 다른 선택의 길이 없기 때문이다. 적어도 자녀를 대학에 보내려는 학부모에게 있어 대학 입학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외길일 수밖에 없다.
정부와 문교 당국이 제시해야 할 교육정책의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다. 93년도부터 실시할 예정인 적성제도 도입방안도 결국 이 근본적인 문제는 조금도 풀어줄 수 없다. 4년제 대학을 향한 외길의 목표 이의에 다른 선택의 길을 열어 놓아야 한다. 지난해부터 활성화된 전문대를 통한 직업교육의 실시도 앞으로의 길을 열어주는 홑륭한 대안일 수가 있다.
전문대의 취업률이 높아진다는 바람직한 추세에 굳이 4년제를 가지 않아도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나아가 실업·기술계 고교 졸업생이 사회에서 환영받는 추세로 그 공감대가 확산된다면 선택의 길은 더욱 넓어질 것이다.
문교당국의 방향 또한 이런 추세를 강화하는 쪽으로 지속·추진된다면 학부모의 선택 또한 외길로만 몰려 불안과 초조의 남은 한달을 보낼 일이 아니다. 새로운 추세, 새로운 선택의 길을 현명하게 판단하는 지혜를 갖춰야 한다. 그 길이 입시열병을 치유하는 멀고도 가까운 길이 아니겠는가.

<여객기의 안전 재점검하라>
트리플리참사의 재발 막아야
생활수준이 높아지고 해외여행이 자유화되면서 국내의 항공 승객은 근래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통계에 따르면 80년이후 지난해까지 국내선은 연간 20·7%, 국제선은 10·8%의 평균증가율을 보여 작년 한해 국내선 승객이 4백76만9천명, 국제선 승객이 5백63만4천명을 기록했다. 국내·국제선을 합하면 전국민 4명중 한사람꼴로 바행기를 이용한 셈이다.
특히 승객증가율은 근년에 들수록 높아져 작년 한해에는 87년보다 국내선이 28·2%, 국제선이 18·1%의 증가를 보였고, 올들어서는 상반기까지만 국내·국제선 포함, 전체 항공승객이 무려 35%나 늘어났다.
이같이 항공기 여행이 일상화된 가운데 지난 7월 73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한항공기의 트리폴리공항추락사고 조사결과 보도에 접하면서 이들 항공승객의 안전을 다시 한번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두 국적항공사들은 이처럼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승객들을 안전하게 수송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와 완벽히 신뢰할만한 능력을 갖추고 있는가를 묻지않을 수 없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다시는 그같이 불행한 사고가 재발되지 않도록 자체 점검과 확인과 다짐이 있어야 할 것이다.
조사결과 트리폴리사고는 「조종사의 실수」 로 결론이 내려졌다. 기체에도 이상이 없었고, 관제탑의 유도에도 잘못이 없었는데 조종사가 무리하게 착륙을 시도하다 사고를 냈다는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조종사의 무리한 착륙시도라는 오판이 순전히 조종사 개인의 과실인지, 아니면 다른 요인이 작용한 것인지 의아심을 갖는다. 무르만스크사건·007기피격사건등 대한항공기의 큰 사고에서도 조종사의 실수는 일부 거론됐었으나 이번처럼 전적으로 조종사의 실수로 결론이 내려지기는 처음이다.
그리고 그것은 그동안 세계 항공사상 유례없는 고속성장 과정에서 대한항공이 채택해온 영업전략과 어떤 관련이 없느냐는 점을 철저히 점검해야 된다고 본다. 승객의 안전보다 경비절감·수익극대화에 지나친 비중을 둘때 항공기와 슨무원의 무리한 가동이 올 수 있고, 오판과 모험이 대형사고로 연결될 수도 있다는 점에 특히 관심이 집중된다.
그래서 다른 항공사 조종사들은 당연히 회항을 하는 조건에서도 대한항공 조종사들은 착륙을 시도하는 모험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없지 않았던 것을 기억한다.
우리는 승객의 안전은 물론 국적기의 사고가 곧 그 나라의 기술·경영수준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이번 사고결과를 계기로 대한항공은 물론 당국이 사고원인 중 인재의 부분을 철저히 가려내 이를 시정하기를 당부한다.
앞서 지적한대로 항공기는 이제 우리 국민의 일반화된 교통수단이 되었다. 국·내외 취항횟수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그렇기 때문에 항공기 사고의 가능성도 그만큼 불어날 소지가 있다.
항공 산업은 안전성이 절대적 요건이다. 만의 하나라도 안전성에 위험을 주는 무리나 모험은 용인될 수 없다. 대한항공은 이번 「조종사의 실수」를 철저히 분석해 안전운항에 확실한 안전대책을 강화해야할 것이다.
아울러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안전성의 차원을 넘어 신뢰성과 서비스에서도 비교우위를 확보해야 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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