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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소득 역대 최대로 줄었다…文 강조하던 소득분배도 악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가계 소득이 역대 최대로 줄었는데 지출은 10년래 가장 많이 늘었다. 소득이 낮을수록 벌이가 더 나빠 분배 지표는 크게 악화했다.

2분기 가계동향조사

지난 18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에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뉴스1

지난 18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에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뉴스1

19일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동향조사 결과다. 올해 2분기 기준 전체 가구(1인 이상, 농림어가 포함)의 월평균 소득은 428만7000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0.7% 줄었다. 관련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2006년 이후 최대 감소 폭(2분기 기준)이다. 물가 상승분을 덜어낸 실질소득으로 따지면 하락 폭은 3%에 이른다. 역시 2006년 통계 작성 이후 2분기 기준 가장 많이 줄었다.

지난해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으로 가려졌던 팍팍한 가계 살림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 2분기 가계의 근로소득(전년 대비 6.5%), 사업소득(3.6%) 재산소득(59.7%) 등은 늘었지만 정부 지원금을 포함하는 이전소득이 28.6% 급감하며 전체 소득을 끌어내렸다. 가계의 평균 월 소득은 2년 전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부자만 소득 늘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부자만 소득 늘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정동명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2분기 고용 호조, 자영업 업황 개선 등으로 근로소득, 사업소득 및 소비 지출이 증가하면서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면서도 “지난해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따른 기저효과(비교 대상 수치가 지나치게 낮거나 높아 나타나는 통계 착시)로 공적이전소득이 감소하면서 가구의 총소득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지출은 정반대였다. 2분기 가계는 지난해보다 4% 많은 월평균 330만8000원을 썼다. 지출 증가율은 2분기 기준 2011년(5.1%) 이후 최대다. 항목별로는 교육(31.%), 보건(10.6%), 주거ㆍ수도ㆍ광열(7.8%), 음식ㆍ숙박(3.3%) 등 지출이 많이 늘었다. 경상조세(14.3%), 사회보험료(9.1%) 등 지출 부담도 컸다. 치솟는 물가, 늘어나는 세금이 가계 살림살이에 악영향을 끼쳤다.

가계 월평균 소득·지출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가계 월평균 소득·지출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가계는 소득 감소도, 지출 증가도 ‘역대급’인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소득이 적을수록 어려움은 더 컸다. 소득 계층별로 나눴을 때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96만6000원으로, 전년 대비 가장 많이 감소(-6.3%)했다. 저소득층은 일을 하거나 재산을 불려 버는 돈(근로ㆍ사업ㆍ재산소득)보다 정부 지원(이전소득)에 많이 의존하는데, 재난지원금 공백이 그만큼 더 뚜렷이 나타났다. 반면 상위 20%인 5분위 가구는 월 924만1000원을 벌었는데 전 계층을 통틀어 유일하게 소득이 전년 대비 1.4% 늘었다.

이에 저소득층과 고소득층과의 격차를 보여주는 ‘5분위 배율’은 크게 나빠졌다. 올 2분기 5.59로 지난해 2분기(5.03)보다 상승했다. 2019년 2분기(5.74)만큼은 아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하며 분배 지표는 악화 흐름을 탔다. 5분위 배율은 상위 20%의 처분가능소득(세금ㆍ이자ㆍ사회보험료 등 필수 지출을 빼고 실제 쓸 수 있는 돈)이 하위 20%의 몇 배인지를 나타내는 양극화 지표로 이 수치가 클수록 소득 불균형이 심하다는 의미다.

정동명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이 19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올해 2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동명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이 19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올해 2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기 회복이 수출 대기업, 공공 관련 등 일부 부문에서만 나타나고, 대면 소비와 내수 관련은 여전히 부진하면서 소득 양극화가 더 심하게 나타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성 교수는 “재난지원금을 또 지급하면 소득이 늘 순 있겠지만 지속 가능하진 않다”며 “소득 기반이 계속 취약해지고 있는 양상이 지표로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가계의 어려움은 앞으로 더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 이날 신규 확진자 수가 다시 2000명을 웃도는 등 코로나19 위기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으면서다. 정동명 국장은 “2분기는 코로나19 4차 확산에 따른 영향이 나타나기 이전 결과이며, 강화된 사회적 거리 두기는 다음 분기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판단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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