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금융기관영업실 서태석(60)부장에게는 아직 '부장'이란 직함이 낯설다. 1969년 일용직으로 외환출납계에 입사한 그는 73년 정식직원(서무원)이 된 뒤 행원(83년).대리(92년).과장(96년)에 오르고 2001년 8월 과장을 끝으로 정년퇴직했다.
입사 후 정년퇴직 때까지 과장 직급이 전부였지만 그는 정년퇴직 후 승승장구했다. 다른 은행에서 그에게 '특급 대우를 해주겠다'며 스카우트 제의를 해왔기 때문이다.
외환은행도 2001년 8월 그가 정년에 이르자 전문가를 뺏길 수 없다고 판단, 그에게 부부장직을 약속하고 2년 계약을 했다. 올 8월 2년 계약이 끝날 때엔 그에게 '부장에 연봉 1억원'을 보장했다.
"군을 제대한 후 은행 문을 두드렸지만 '중학교 중퇴 학력으로 어떻게 은행에 들어오려고 하느냐. 상고에서도 1~2등은 해야 한다'는 핀잔을 듣기 일쑤였거든요. 간신히 일용직으로 잔돈 바꿔주는 업무로 시작했지요."
중학교 중퇴라는 학력 탓에 69년 1년 연봉이 13만원(월급 1만1천~1만3천원)에 불과했다. 그가 은행에서 전문가로 떠오를 수 있었던 것은 위조지폐 감별 능력 때문이었다. 64년부터 40개월간 카투사로 군복무한 그는 미군의 월급과 환전 업무를 담당했다.
당시 그는 우연히 한 흑인병사가 잔돈으로 바꿔 달라며 내민 20달러짜리 지폐를 보고, 위폐임을 밝혀냈다. 이 일이 있은 후 그는 미군 장교로부터 위폐 감별의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었다.
위폐감별 능력은 외환은행에서 잔돈을 바꿔주는 업무를 할 때도 발휘됐다. 이때 그는 네 차례 위폐를 발견, 당시 출납 책임자가 여러 차례 상을 받는 데 기여했다.
"당시 저는 정식직원이 아니라서 상을 받을 수가 없었거든요. 하지만 내가 가짜 돈을 찾아낸 것에 가슴 뿌듯했습니다."
그는 군생활 3년, 직장생활 35년 등 38년을 가짜 돈을 찾는 데 보냈다. 그의 실력은 미국 수사당국이 직통 라인을 개설, 업무 협조를 할 정도로 세계적으로 공인받았다. 그는 요즘도 31개국 화폐를 하루 평균 1만3천여장씩 직접 확인한다.
김창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