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2인자' 도하서 신정부 구상 "女 희생 원치 않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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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의 2인자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 그는 지난해 미국과 탈레반 간 평화협상에도 참여한 인물이다. 카타르 도하에 머물며 아프간 신정부 구상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탈레반의 2인자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 그는 지난해 미국과 탈레반 간 평화협상에도 참여한 인물이다. 카타르 도하에 머물며 아프간 신정부 구상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접수에 성공한 탈레반 지도부가 본격적인 신(新)정부 구상에 나섰다.

아프간 매체 "신정부 구상 곧 발표" #바라다르 "탈레반, 현재 시험 직면"

16일(현지시간) 아프간 현지 매체 톨로뉴스에 따르면 탈레반 지도부는 2인자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를 중심으로 카타르 도하에서 아프간의 미래 정부 조직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 톨로뉴스는 탈레반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향후 아프간 정부의 정치 구조와 명칭 등이 포함되며, 가까운 시일 내에 발표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 바라다르 등이 국제사회 및 아프간 내 정치 세력들과도 접촉 중”이라고 전했다.

톨로뉴스에 따르면 바라다르는 “지금 우리는 국민의 안보를 책임지고 있다”며 “현재 탈레반은 시험에 직면해 있다”고 언급했다.

지난해 미ㆍ탈레반, 아프간ㆍ탈레반 평화협상을 진행한 카타르 도하에는 탈레반의 사실상 대사관 역할을 하는 정치위원회 사무실이 있다. 바라다르도 지난해 9월부터 아프간 정부와 평화협상을 진행하기 위해 도하에 머물러왔다.

한편 AP통신은 이날 탈레반이 전국민에 대한 사면령을 선포했다고 전했다. 탈레반 문화위원회 소속 에나물라 사망가니는 성명을 통해 “모두에 대한 일반 사면령”을 발표하면서 “우리는 여성이 희생자가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들은 샤리아(이슬람 율법)에 따라 정부 구조에 있어야 한다. 모두에 대한 일반 사면령이 선포된 만큼 확실한 신뢰를 갖고 일상을 시작하라”고 알렸다.

17일 아프간 TV채널인 톨로뉴스는 탈레반 간부가 여성 앵커 베헤슈타 아르간드와 마주앉아 인터뷰를 하는 모습을 내보내기도 했다. 옛 탈레반 정권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다. 탈레반의 유화적인 모습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AP는 탈레반이 이날 발표한 ‘사면’의 의미와 범위 혹은 샤리아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현재 카불 시내에는 탈레반이 거리를 순찰하면서 폭력 사태는 일어나지 않고 있지만, 많은 주민들이 두려움에 떨며 집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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