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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옷에 '삼풍백화점' 사진 넣은 업체…이게 콘셉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를 소재로 활용한 국내 패션브랜드의 제품. 해당 제품은 12일 판매 중지됐다. [사진 매스노운]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를 소재로 활용한 국내 패션브랜드의 제품. 해당 제품은 12일 판매 중지됐다. [사진 매스노운]

국내의 한 패션업체가 제품에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사진을 인쇄해 판매하다 곤혹을 치렀다. 업체 측은 '안전불감증'을 주제로 안타까운 사고를 잊지 말자는 취지에서 발매한 제품이라고 해명했다.

12일 국내 일부 패션커뮤니티 등을 통해 패션업체 '매스노운'의 '세이프티 이그노어런스' 스웻셔츠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이 브랜드는 어덜트 남성 성향의 컨템포러리 브랜드로, 매 시즌 키워드를 정해 제품을 발매해 홈페이지 및 무신사, 29CM 등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해당 제품은 2020년 가을 출시된 검은색과 회색의 스웻셔츠다. 제품 앞면에는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당시 A동 전체가 무너진 사진이 인쇄돼 있다. 패션 커뮤니티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세월호, 천안함, 대구지하철 참사를 옷에 놓은 꼴', '슬픈 기억을 패션에 활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등 지적이 나왔다.

이상화 매스노운 대표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해당 제품이 뒤늦게 이슈가 되고 있는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객들과 다른 분들의 시각이 부정적으로 나올 줄 예상하지 못했다"라며 "당시 사고는 인재(人災)라는 생각이 들어서 가슴 아픈 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취지에서 만든 제품"이라고 해명했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현장 전경 자료사진. 1995년 6월 29일 발생한 당시 사고로 502명이 숨졌다. 지난 6월 29일 참사 발생 26주기를 맞았다. [중앙포토]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현장 전경 자료사진. 1995년 6월 29일 발생한 당시 사고로 502명이 숨졌다. 지난 6월 29일 참사 발생 26주기를 맞았다. [중앙포토]

매스노운 측은 매 시즌 환경보호, 권력남용 등과 같은 키워드를 활용한 제품을 발매하고 있다. 지난해 가을 콘셉트는 '안전불감증'이었다. 삼풍백화점 사고 사진을 제품에 활용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라는 설명이다. 이어 이 대표는 "희생자들의 아픔에 대한 생각을 미쳐 못 했다. 고객들의 부정적인 평가가 모두 옳다고 생각해 해당 상품은 오늘(12일) 판매중지 처리를 했다"라고 덧붙였다. 다른 패션 플랫폼인 무신사 등에서도 제품 판매를 중단한다는 계획이다.

매스노운 측에 따르면 해당 제품은 지난해 가을 발매된 이후 지금까지 약 120여장 판매됐다. 이 대표는 해당 제품 판매에 따른 수익금 전액을 삼풍백화점 관련 단체 등 불의의 사고로 희생된 이들을 돕기 위한 단체에 기부하겠다는 입장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도 "참사 당시에도 방송에서 계속 붕괴현장 모습이 나와 PTSD(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호소하는 아이들이 있었을 정도였다"라며 "엄청난 재난을 잘못된 메시지로 전달하는 것도 가해행동이 될 수 있어 사건을 잊지 말자는 의미라면 다른 방식으로 전달해야 한다. 참사 사건 자체를 보여주는 것은 삼가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는 지난 6월 29일 참사 26주기를 맞았다. 당시 사고로 502명이 숨지는 등 1445명에 이르는 사상자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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