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황선미의 책벌레 어린 시절과 만나는 동화 '처음 가진 열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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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지만 끝까지 해 본 일이 있나요?

말라깽이 명자는 폐결핵을 앓고 있는 아이예요. 그런데도 뛰기만 하면 쌩쌩이가 되는 다리 때문에 학교를 대표하는 육상 선수로 뽑혔어요. 동생들도 돌봐야 하고 집안일도 해야 하는데 달리기 연습까지 하느라 여간 힘들지 않아요.

그러던 어느 날, 책이 잔뜩 있는 신기한 교실을 발견하고부터 명자의 마음은 설레기 시작했어요. 낯선 이야기로 가득한 책 속에 푹 빠져 애벌레가 나뭇잎을 갉아먹듯이 책들을 읽어 댔거든요. 그런데 어둑어둑해질 때까지 혼자 남아 책을 읽는 명자에게 선생님은 교실 열쇠를 맡아 주겠냐는 제안을 하셨어요. 전교 학생들이 다 이용하는 도서실의 열쇠를 맡는다는 건 생각만 해도 신나고 중요한 일이에요.

육상 연습도 해야 하고 집에 가서 밥도 해야 하는데, 그럼 명자는 열쇠를 포기하게 될까요? 책벌레 명자의 앞날은 과연 어떻게 변했을까요?

처음 갖게 된 도서실 열쇠, 책벌레 명자에게 작가의 길을 열어 준 ‘열쇠’가 되었다!

학교에서 공공연히 시행되고 있는 스티커 제도를 예리하게 비판한 초베스트셀러 <나쁜 어린이 표>, 번번이 생일초대를 받지 못하는 아이의 아픈 심정을 담아 낸 <초대받은 아이들>, ‘일기가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아이의 생생한 외침이 들리는 듯한 <일기 감추는 날>로 우리 시대 아이들을 가장 잘 대변하는 작가로 이름난 황선미 씨가 이번 작품 <처음 가진 열쇠>에서는 책을 좋아하던 어린 시절 본인의 이야기를 동화로 풀어내었다.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고민에 빠진 주인공을 통해 작가는 ‘정말 좋아하는 것을 하기 위해서는 아무리 힘들더라도, 어떤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해 보렴’ 하는 당부를 어린 독자들에게 인상 깊게 전하고 있다.

선생님이 건네 준 도서실 열쇠는 꼬마 황선미에게 세상에서 태어나 처음으로 ‘아주 중요한 사람’인 것 같은 자신감을 심어 주었고, 도서실에서 책 속에 푹 빠져 지내던 이 꼬마는 30여 년이 지난 오늘, 대한민국에서 제일 가는 동화작가가 되었기 때문이다. 자전적 글이 주는 더욱 진한 감동이 아이들에게도 그대로 전해질 것이다.

70년대 생활 모습을 그대로 살린 글과 그림!

뒤통수가 까슬까슬하게 드러나는 상고머리에 검정 고무신을 신고 책보를 멘 아이들, 너무 가난해서 실내화도 못 신는 주인공이 실내화 신고 있는 부잣집 친구 앞에서 맨발을 감추는 모습, 결핵에 걸려 약을 한주먹씩이나 먹으면서도 일 나간 엄마를 대신해 집안일을 도맡아 하는 주인공 등 작가가 초등학교에 다니던 1975년의 가난하고 어려웠던 생활상을 동화에 그대로 살려 실어 요즘 아이들은 상상하기 어려운 엄마, 아빠가 살았던 시대를 어렴풋이나마 짐작하게 한다.

■ 지은이 : 황선미
1963년 충남 홍성에서 태어나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단편 '구슬아, 구슬아'로 '아동문학평론' 신인문학상을, 중편 '마음에 심는 꽃'으로 농민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본격적인 글쓰기를 시작했다. 1997년 제1회 탐라문학상 동화 부문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 <나쁜 어린이 표>, <마당을 나온 암탉>, <앵초의 노란 집>,<들키고 싶은 비밀>, <푸른 개 장발> 등이 있다.

■ 그림 : 신민재
1971년 서울에서 태어나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했다. 그린 책으로는 <요술맷돌>, <세밀화 그림책>, <우주 색칠하기>, <어미 개>, <놀이놀이>, <구연동화>, <눈 다래끼 팔아요>, <산 속 어린 새>, <공주의 발>, <우리 아빠> 등이 있다.

■ 정가 : 23,000원

(조인스닷컴 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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