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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의 코로나, 다시 꿈틀?…中 바이러스 '공존론 vs 박멸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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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지난 6월 개관한 베이징 중국공산당역사전람관 3층의 방역정신 전시 코너. 우한에 세운 임시 격리 병동과 인민해방군과 당시 의료진 마네킹을 전시하고 있다. 신경진 기자

지난 6월 개관한 베이징 중국공산당역사전람관 3층의 방역정신 전시 코너. 우한에 세운 임시 격리 병동과 인민해방군과 당시 의료진 마네킹을 전시하고 있다. 신경진 기자

10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전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본토 발생 108명을 포함해 총 143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20일 난징(南京)에서 시작된 델타 변이 확산이 20여 일째 계속되는 가운데 중국에서 전문가와 네티즌 사이에 바이러스 ‘공존론’과 ‘박멸론’이 충돌하고 있다.

전문가 “집단면역은 환상…정책 조정해야” #당국자 “공존론은 영·미 정책 실패 면피용” #허난 1인자 “월말까지 코로나 박멸” 지시

중국 당국은 지난해 1월 우한(武漢)을 시작으로 봉쇄·검사·격리를 통한 감염자 ‘0(제로)’ 방역 정책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홍수에 이어 코로나가 엄습한 허난(河南)성의 1인자 러우양성(樓陽生) 당서기는 9일 방역회의에서 “가장 엄격한 표준과 가장 단호한 조치로 이달 말 전에 코로나를 박멸하라”고 기존 정책을 밀어붙였다.

장원훙(張文宏) 상하이 푸단(復旦)대 부속 화산(華山)의원 감염병학과 주임 [웨이보 캡처]

장원훙(張文宏) 상하이 푸단(復旦)대 부속 화산(華山)의원 감염병학과 주임 [웨이보 캡처]

하지만 철통 봉쇄, 전원 검사를 반복하는 방역에 지친 일반 중국인 사이에서 바이러스 공존론이 기반을 넓히고 있다. 시작은 지난 7월 29일 장원훙(張文宏) 상하이 푸단(復旦)대 부속 화산(華山)의원 감염병학과 주임의 개인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였다. 장 주임은 ‘난징발 코로나가 전국에 스트레스 테스트를 촉발하면서 향후 코로나 방역에 생각할 거리를 더 많이 제공했다’는 제목으로 포문을 열었다. 그는 “향후 중국의 선택은 세계와 상호 소통을 실현하고, 정상 생활로 돌아가면서 동시에 바이러스에 대한 국민의 두려움을 없애도록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국은 이러한 지혜를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 주임이 ‘공존론’의 깃발을 들자 곧 전문가들이 동조했다. 황옌중(黃嚴忠) 미국 시턴홀대 외교·국제관계학원 교수는 6일 독자 성향의 차이신왕(財新網)에 ‘코로나와 공존은 필요할 뿐 아니라 시행할 수 있다’란 글을 싣고 “전파 속도가 빠른 델타 바이러스가 엄격한 해외여행 제한 조치에도 국경 봉쇄를 뚫고 있어 완전히 저지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도면밀한 계획에도 늘 하나의 소홀함은 있는 법”이라며 “바이러스는 한 번의 기회를 틈타 빠르게 퍼져 온 들판을 불태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6일 왕리밍(王立銘) 저장(浙江)대 생명과학연구원 교수도 과학 전문 뉴미디어인 ‘지식분자’에 글을 싣고 “델타 변이의 유행에 따라 대량의 백신 접종으로 집단면역을 달성해 코로나의 유행을 막겠다는 기존 목표는 이미 환상이 됐다”며 “중국의 코로나 대응 전략 역시 ‘0(제로) 감염’에서 레드라인을 설정하는 방식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가오창(高强) 전 중국 위생부장(장관) [인민일보건강클라이언트 캡처]

가오창(高强) 전 중국 위생부장(장관) [인민일보건강클라이언트 캡처]

‘공존론’이 퍼지자 당국이 급제동에 나섰다. 중국 위생경제학회 총고문인 가오창(高强) 전 중국 위생부장(장관)이 5일 관영 ‘인민일보 건강클라이언트’에 “‘바이러스와의 공존’ 절대 불가”란 기고문을 내고 “세계적인 바이러스 재확산은 영국과 미국이 맹목적으로 바이러스 통제를 해제·이완하고 단순히 백신 접종에 의지한 결과”라며 “정치제도의 결함이 만들어낸 방역 정책의 실패이자 개인주의 가치관을 숭배한 필연적인 결과”라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의 방역 정책은 정밀한 방역 통제와 광범한 백신 접종을 병행하는 모순이 아닌 ‘이중 보험 책략’”이라며 “백신 집단 면역을 통해 엄격한 관리 통제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며, 더욱이 바이러스와의 공존이 아니다”라고 기존의 중국 방역 정책을 옹호했다.

바이러스와 공존 불가 주장에는 중국 국내의 정치적 고려가 담겼다는 해석도 나왔다. 중국 민간 싱크탱크인 차하얼학회의 차오신(曹辛) 국제여론연구센터 비서장은 9일 “중국이 방역에서 전략적 결정에 직면했다”는 파이낸셜타임스 중국어판 기고문에서 “바이러스 변이 이후에 중국이 외부 세계와 연결의 밀도와 빈도를 어느 수준으로 유지할 것인지는 국내 정치적 필요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중국 당국은 논쟁에 직접 개입하지는 않은 채 여론 추이를 관망하고 있다. 우선 장원훙 주임의 웨이보 게시물을 검열로 삭제하지 않았다. 중국 네티즌들은 10일까지 ‘공존론’에 댓글 2만3000건, ‘좋아요’ 30만4000여 개, 퍼가기 4만 8000여 건을 기록하며 공감을 표시했다. ‘말차반당가빙’이란 아이디의 네티즌은 “장 주임의 글은 난징발 코로나의 향후 추이, 백신의 효용, 어떻게 바이러스와 공존할 것인지 등 대중이 가장 관심을 갖는 문제에 분명한 답을 제시했다”며 공감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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