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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겹살’ 악몽 재현? 이 시국에 아프리카돼지열병 재확산

중앙일보

입력

8일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강원도 고성군의 양돈농장에서 방역요원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8일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강원도 고성군의 양돈농장에서 방역요원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석 달 만에 돌아왔다. 사육돼지 발병은 지난 5월 이후 잠잠했지만, 야생멧돼지 사이에선 확산세가 커지고 있어 방역 당국은 비상이다. 이미 높게 뛴 돼지고기 가격에 물가 당국도 긴장하고 있다.

8일 ASF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는 강원도 고성군 양돈농장에서 ASF가 확진됐다고 밝혔다. 지난 5월 4일 영월군 농장에서 마지막으로 발생한 이후 3개월 만이다.

삼겹살 평년 대비 18.5%↑

중수본은 우선 해당 농가에서 기르던 돼지 약 2400마리를 급히 살처분하기로 했다. 또 이날부터 10일 오전 6시까지 48시간 동안 강원도와 경기도의 양돈농장, 도축장·사료 공장 등 축산시설, 축산차량에 대해 일시이동중지 명령을 내렸다. 발생 농장을 중심으로 반경 3㎞ 안에는 다른 돼지 농가가 없지만, 반경 3~10㎞에는 농가 2곳이 약 3100마리를 기르고 있어 추가 확산 우려가 있는 상황이다.

ASF가 재확산할 경우 돼지고기 수급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미 돼지고기 가격은 오름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돼지고기 삼겹살(국산 냉장) 소매가격은 전국 평균 100g당 2584원(6일 기준)이다. 전년보다 9.1%, 평년 대비 18.5% 비싸 ‘금(金)겹살’에 가깝다.

고깃값 잡기 어렵다

폭염에 가축 폐사가 잇따르며 축산물 가격이 치솟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돼지고기를 고르는 시민. 뉴스1

폭염에 가축 폐사가 잇따르며 축산물 가격이 치솟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돼지고기를 고르는 시민. 뉴스1

통상 여름에는 휴가철을 중심으로 육류 수요가 늘어나 돼지고기 가격이 상승한다. 게다가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집밥 수요까지 커져 있는 상황이다.

공급 측 문제도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사료업체들은 올해만 두 번 사료 가격을 인상했다. 올해 2~3월 국제 곡물 가격과 해상운임 상승을 이유로 1포당 1000원 이상 인상했고, 지난달에도 1000~1250원 추가 인상했다. 사료비는 축산물 생산비의 50%가량을 차지한다.

축산물 가격 상승은 기획재정부 등 물가 당국에도 부담이다. ASF가 국내 처음으로 발생해 피해가 컸던 2019년처럼 퍼질 경우 공급 부족으로 돼지고기 가격이 더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소비자물가가 넉 달 연속 2%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는 데다, 특히 달걀(57%) 등 먹거리 가격 올라 서민 부담을 키우고 있다.

여름철, 멧돼지 본격 활동

김현수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중앙사고수습본부장(농림축산식품부 장관·가운데)이 8일 강원도 고성군 ASF 발생에 대응하기 위해 방역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농림축산식품부

김현수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중앙사고수습본부장(농림축산식품부 장관·가운데)이 8일 강원도 고성군 ASF 발생에 대응하기 위해 방역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농림축산식품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야생멧돼지에서의 ASF 검출은 증가하고 있다. 야생멧돼지는 사육돼지에 바이러스를 옮기는 주요 매개체다. 봄철 태어난 멧돼지가 여름에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면서 우려를 더하고 있다. 멧돼지에서 ASF가 발생한 것은 지난 6월 20건에서 7월 55건으로 늘고 8월에 이미 19건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6월 1일~8월 6일)보다 54% 급증했다.

김현수 중수본부장(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이날 긴급상황회의를 개최하고 “사육돼지에서 추가 발생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농장 주변 영농활동, 농장 안 외부인 출입 및 소독 등 방역의 사각지대가 없도록 꼼꼼히 점검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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