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민연 집단반발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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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상수 평민당 대변인 돌연 경질에 대해 그가 속한 당내 재야출신모임인 평민연이 집단반발하고 나서 파문이 확산되고있다.
평민연은 16일 오전 박영숙 부총재 사무실에서 긴급운영위원회를 열었다. 여기엔 문동환 고문, 박 부총재(평민연 이사장 대행), 박석무·박상천·김영진·이해찬·양성우·정상용 의원과 원외의 장영달 부 대변인, 유시춘 연수원부원장 등이 참석했다. 이 대변인은 자신과 관련된 모임이어서 빠졌고 이철용 의원과 임채정 정치연수원장은 다른 일로 참석 못했지만 행동일치를 표시했다.
회의결과 이번 경질을「이해할 수 없는 인사」로 규정하고 문 고문·박 부총재·임 정치연수원장을 17일 김대중 총재에게 보내 유감의 뜻을 전달키로 했다.
김 총재로부터 인사배경을 듣고 만일 인사의 문제점이 확인된다면 자구책을 마련 한다는 결연한 입장도 정했다.
참석자들은 이 대변인 경질 배경을 놓고 『법적 청산 파문을 이대변인이 뒤 집어 쓴 것 아니냐』 『노 대통령 방미편지 건과 관련된 것이냐』『김원기 총무와 호흡 불일치문제냐』 『평민연을 퇴조시키는 것이냐』는등 나름대로 정보를 교환, 분석했다.
그 결과 대미서신파문은 이 대변인이 김 총재의 의중과 태도를 정확히 대외적으로 전달해 나중에 『수고했다』는 칭찬을 받았고 법적 청산파문도 김 총재의 입장을 그대로 전달했을 뿐인데 결실로 나타난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목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참석자가 전했다.
4·26총선 전 재야파 입당 당시 50대 50의 당직 배분원칙을 무시하고 문 고문·박 부총재와 아무런 사전협의가 없었던 점이 김 총재의「재야 파 배제·당료 파 중용」의중을 반영한게 아니냐는 불만도 나왔다고 했다. 문 고문·박 부총재는『김 총재가 그런 분이 아닌데』라며 섭섭함과 불쾌감을 토로했다고 한다.
특히 이 전대변인이 13일 저녁 김 총무로부터 경질 통보를 받고『내년 2월 전당대회 때 모양새를 갖춰 나가고 싶다』는 희망을 전달한 것으로 미뤄 공식발표와는 달리 인책의 성격이 강하다는 판단과 함께 경질 과정에서 김 총무의 일방적 자세 등도 문제가 됐었다는 후문이다.
평민연 측은 자신들이 서 의원사건으로 너무 위축된 것이 아니냐는 자체반성도 곁들여 박 부총재의 대행체제를 끝내고 문 고문이 이사장을 다시 맡도록 하는 한편 서 의원사건으로 수석부총재 자리를 그만둔 문 고문의 복귀도 추진키로 했다.
이 같은 뜻하지 않는 움직임에 가장 당황하는 것은 물론 김 총재다. 김 총재는 이날 오후 임 훈련원장을 불러『대변인 경질을 평민연과 연관시킬 이유가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현재로선 평민당내 김 총재의 장악력과 영향력을 감안한다면 평민연의 집단 행동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고 잠복상대로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번 인사조치가 법적 청산에 대한 민자당의 의구심을 해소하기 위한 협상용이었다면 5공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증폭될 소지가 있다.

<박보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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