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재신임' 정국] "송두율씨 선처 발언 부적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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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두율씨에 대한 선처 필요성을 시사한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검찰은 공식적인 언급을 자제한 채 구체적인 의미를 파악하는 데 부심하는 모습이다. 盧대통령의 연설 직후 이번 수사를 지휘하는 박만 서울지검 1차장이 서영제 서울지검장실로 들어가 20분간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이 盧대통령의 발언에 따라 宋씨를 당장 선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宋씨가 아직 전향서나 반성문을 내지 않아 선처를 할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宋씨는 조사과정에서 "노동당 후보위원급 대우를 받았지만 공식 선출된 적은 없다"는 등 그 동안의 입장만 되풀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향을 하지 않으면 원칙대로 宋씨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한다는 의견이 검찰 내부에서 확산되고 있다.

盧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의견이 많다. 지방의 한 부장검사는 "대통령이 이런 식으로 발언하면 진행 중인 수사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주게 된다"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지검의 한 검사는 "국가보안법이 폐지되지 않는 한 宋씨를 엄하게 처벌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대통령이 宋씨를 선처하려면 수사와 재판이 끝난 후 자신의 권한으로 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盧대통령의 발언에 따라 수사팀은 宋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보다 철저하게 보강 수사할 것이다. 宋씨를 엄벌할 경우 선처를 주장해온 진보세력에도 납득할 만한 결과를 내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사법처리 수위는 14일 예정된 宋씨의 기자회견 내용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선처할 명분을 만들어 주느냐가 핵심이다. 특히 전향 의사를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 과거의 친북 행각을 반성하고 남한의 법에 따르겠다는 확고한 의사가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宋씨가 독일 국적을 포기하되 전향 의사는 밝히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구체적인 전향 기준.절차가 법에 명시돼 있지 않아 어느 수준까지가 전향 의사냐를 놓고 논란이 예상된다.

검찰의 다른 관계자는 "대통령이 무슨 발언을 하든 宋씨 자신의 행동이나 의사가 중요하다"고 밝혀 宋씨가 과거를 참회하지 않으면 선처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김원배.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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