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굣길 학생에 공짜 빵 ‘남해 빵식이 아재’ LG의인상 받았다

중앙일보

입력 2021.08.02 11:00

경남 남해 '행복 베이커리'의 김쌍식 대표. 1년 넘게 등굣길 아이들에게 공짜로 빵을 나눠준 김씨에게 LG복지재단이 LG의인상을 수여했다. 사진 LG

경남 남해 '행복 베이커리'의 김쌍식 대표. 1년 넘게 등굣길 아이들에게 공짜로 빵을 나눠준 김씨에게 LG복지재단이 LG의인상을 수여했다. 사진 LG

“이걸 내가 받아도 되는 건가, 이런 생각을 제일 많이 했어요. 다른 사람이 받아야 하는 걸 내가 받은 것 같은데…. 애들에 빵 나눠주는 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상 안 줘도 빵은 계속 줄 건데….”

전화기 너머 그의 목소리는 도무지 몸 둘 바를 모르겠다는 투였다.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었겠다. 그가 아침마다 아이들에게 빵을 나눠주는 건 아주 오래된 꿈 같은 일이어서다. 배불리 밥 먹고 학교에 가서 열심히 공부하는, 그의 이루지 못한 꿈 말이다.

중앙일보가 6월 30일 보도한 ‘등굣길 공짜 빵 1년 줬다… 월세 살아도 행복한 빵식이 아재’의 주인공인 경남 남해 ‘행복 베이커리’ 김쌍식(47) 대표가 LG복지재단이 수여하는 LG의인상을 수상했다. LG복지재단은 타인을 위해 묵묵히 봉사하는 시민으로서 본보기가 된다며 김씨에게 7월 28일 의인상을 수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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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의 말마따나 그는 의인과 먼 삶을 살았다. 나라를 위해 몸 바친 것도 아니고 위기에 처한 시민을 구한 것도 아니다. 1년 3개월째 매일 아침 등굣길 아이들에게 공짜 빵 70∼100개를 내줬을 뿐이다. 각별한 게 있다면 마음가짐이겠다. 지금도 월세를 사는 형편이지만, 어려웠던 유년 시절을 잊지 않고 등굣길 아이들을 위해 빵을 굽는다. 탈이라도 날까 싶어 아이들에게 먹일 빵을 매일 새벽 새로 만들고, 남해군의 장애인 기관과 자활센터 열두 곳에도 빵 봉사를 나간다. 그가 빵 봉사를 위해 쓰는 돈은 1년에 2000만원에 이른다.

행복 베이커리 김쌍식씨가 등굣길 아이들에게 빵을 나눠주는 모습. 사진 LG

행복 베이커리 김쌍식씨가 등굣길 아이들에게 빵을 나눠주는 모습. 사진 LG

“신문에 내 얘기가 나가고서 난리가 났어요. 군수님도 전화하셨고요. 전국에서 ‘돈쭐’나야 한다며 주문이 들어왔어요. 죄송하지만, 다른 지역의 주문은 다 거절했어요. 날이 더우니까 가는 길에 빵이 상할 수 있잖아요. 방송국에서도 여러 번 연락이 왔어요. 라디오 프로그램 하나만 전화로 출연했고, 다른 건 다 거절했어요. 스튜디오로 와 달라는데, 낯선 장소를 잘 못 가요. 공황장애가 있거든요. 지금은 많이 좋아졌는데, 또 모르잖아요. ‘유 키즈 온 더 블럭’도 서울로 올라오라고 해서 거절했어요. 유재석 좋아하는데 어쩔 수 없었어요.”

사연이 알려진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손님은 별로 늘지 않았다. 마침 남해에 큰비가 내렸고, 코로나 확산세가 지속하면서 남해를 찾는 관광객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이젠 방학이 시작돼 아침마다 북적이던 빵집 앞 골목도 조용하다. 요즘 김씨는 하루하루 개학을 기다리며 산다.

“휴가철이 시작되고서 손님이 조금 늘었어요. ‘신문 보고 왔다’는 손님이 하루에 네다섯 팀은 꼭 있어요. 아이들 데리고 온 부모가 ‘이 아저씨 신문에 나오신 분이야’라고 하는데, 난감해서 혼났어요. 일부러 찾아왔다는 중년 부부는 계속 ‘고맙다’고 인사를 하더라고요. 빵은 애들한테 주는데, 왜 엄한 어른들이 고맙다고 하는지…. 방학이 8월 15일까지라니까 개학만 기다리고 있어요. 큰 상도 받았으니 더 맛있고 더 좋은 빵을 만들려고요.”

경남 남해 남해초등학교 어귀 행복 베이커리는 작은 빵집이다. 가게 면적이 11평(약 36㎡)이 조금 넘는다. 김쌍식씨는 이 빵집을 월세로 얻어 운영하고 있다. 사진 LG

경남 남해 남해초등학교 어귀 행복 베이커리는 작은 빵집이다. 가게 면적이 11평(약 36㎡)이 조금 넘는다. 김쌍식씨는 이 빵집을 월세로 얻어 운영하고 있다. 사진 LG

LG복지재단은 김씨를 포함해 모두 5명에게 LG의인상을 수여했다. 28년간 이웃에게 미용 봉사를 한 김연휴(48)씨와 물에 빠진 이웃을 구한 이동근(46)씨, 소윤성(30)씨, 최진헌(39) 소방관이다. 2015년 제정된 LG의인상은 현재 수상자 157명을 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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