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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퍼?" "고춧가루 삼킨 거 같어"…코로나 검사받는 아이들 [영상]

중앙일보

입력

29일 오후 1시30분 대전시 서구 도안초등학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임시 선별검사소가 마련된 건물 사이로 엄마·아빠 손을 잡고 나온 학생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낮 기온이 34도를 웃도는 무더위에도 누구 하나 불평을 하지 않았다. 아이들은 손마다 미니 선풍기와 부채를 들었고 엄마가 건넨 얼음물을 마시며 더위를 식혔다.

29일 오후 대전시 서구 도안초등학교에 마련된 코로나19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학부모와 아이들이 검사를 받고 있다. 신진호 기자

29일 오후 대전시 서구 도안초등학교에 마련된 코로나19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학부모와 아이들이 검사를 받고 있다. 신진호 기자

“어린이 여러분 마스크를 벗으면 안 됩니다. 친구와 손을 잡아서도 안 됩니다” “부모님께서는 아이와 대화를 나누는 것도 가급적 삼가세요” 현장에 배치된 요원 안내가 끝나자 곧바로 검사가 시작됐다. 엄마, 아빠가 먼저 검사를 받고 이어 아이들이 의자에 앉았다. 초등학교 3~4학년쯤 되는 아이들은 대부분 잘 참았다.

대전 도안초 임시선별검사소 가보니

무더위 속 1000여 명 코로나19 PCR 검사

아빠·엄마 손을 꼭 잡고 서 있던 다섯살가량의 남자아이는 형이 검사 통증에 소리를 치자 금세 울음을 터뜨렸다. 자신의 차례가 되자 마스크를 붙잡고 “안 해~ 안 해~”라며 발버둥을 쳤다. 2~3분 정도 실랑이를 하다 결국 아빠 품에 안겨 강제로 검사를 받았다. 이 모습을 지켜본 다른 부모와 의료진들은 “아유~ 어째~”라며 안타까워했다.

29일 오후 대전시 서구 도안초등학교에 마련된 코로나19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학부모와 아이들이 검사를 받고 있다. 신진호 기자

29일 오후 대전시 서구 도안초등학교에 마련된 코로나19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학부모와 아이들이 검사를 받고 있다. 신진호 기자

도안초에 임시 선별검사소가 마련된 건 최근 인근 태권도학원 관련 집단감염이 발생해서다. 지난 16일 태권도학원 관장을 시작으로 29일 0시까지 226명이 감염됐다. 태권도 학원에 다니는 인근 초등학교와 중학교, 어린이집·유치원 등 6곳에서 확진자가 나왔다. 부모도 감염을 피해 가지 못했다. 다행히도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은 아이와 부모, 교사들은 자가 격리를 시작했다. 학교도 모두 문을 닫았다.

태권도학원 관련 226명 확진, 30일 격리 해제  

대전시는 30일로 예정된 밀접 접촉자 격리해제를 앞두고 도안초에 임시 선별검사소를 만들고 1000여 명을 대상으로 PCR(유전자증폭 검사) 검사를 진행했다. 격리 중인 1000여 명 대부분 발열과 두통 등 코로나19 증상이 없는 무증상 상태지만 의무적으로 검사를 받도록 했다. 검사 과정에서 증상이 나타나면 곧바로 서구보건소 선별진료소로 이동하도록 후속 조치를 준비했다. 다행히 오후 3시까지 검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증상이 나타난 시민은 발견되지 않았다.

대전 도안초등학교 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 2021년 7월 29일

대전 도안초등학교 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 2021년 7월 29일

부모와 아이들은 열을 넘게 격리된 채로 지내다 오랜만에 밖으로 나온 탓인지 무더위에도 길게 줄을 서는 것도 마다치 않았다. 이미 오전에 600명가량이 검사를 마쳐 오후에는 300여 명만 검사를 받았다. 한 아이가 먼저 검사를 받은 친구에게 “어때?”라고 묻자 “응, 고춧가루 삼킨 거 같아”라고 말해 주변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다른 아이는 “저한테는 너무 많이 넣는 거 아니에요”라며 의료진에게 투정을 부리기도 했다.

부모들 "하루만 더 기다리면 밖에" 아이 다독여 

아들·딸, 아내와 함께 PCR 검사를 받으러 나온 남성은 “아이들이 겁을 많이 먹어서 안심시키느라 이제 나왔다”며 “검사를 받고 무사히 자가격리를 마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남성은 “다들 집에만 있어 갑갑할 텐데 (아들에게) 하루만 더 기다리면 나갈 수 있다고 다독였다”고 했다.

29일 오후 대전 서구 도안초등에 마련된 코로나19 임시 선별검사소에서허태정 대전시장(왼쪽)이 의료진을 격려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29일 오후 대전 서구 도안초등에 마련된 코로나19 임시 선별검사소에서허태정 대전시장(왼쪽)이 의료진을 격려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도안초를 찾은 허태정 대전시장은 의료진과 행정인력·경찰을 격려한 뒤 “검사에 나와주신 시민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오늘 검사를 받는 분들 가운데서는 추가 확진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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