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152 - '벌이다'와 '벌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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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이다'와 '벌리다'는 단어의 형태가 비슷해 혼동하기 쉽다. 하지만 이 두 단어는 의미가 서로 다른 별개의 낱말이므로 확실히 구분해 써야 한다.

㉮ "이미 벌려 놓은 굿판이니까 열심히 하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 "21세기 역사의 선두 주자들은 정보기술혁명에 힘입어 새로운 힘으로 등장한 지식력을 활용, 문제를 더욱 효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치열한 각축전을 벌리고 있다."

㉰ "삼국지에서 영웅호걸들이 스케일 크게 벌이는 인간 드라마는 정말 흥미진진하다."

㉱ "그는 이야기를 한번 시작하면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한다."

㉮의 '벌려'는 '벌여'로, ㉯의 '벌리고'는 '벌이고'로 바로잡아야 한다. ㉰와 ㉱의 '벌이는'과 '벌린'은 바른 표현이다.

'벌이다'는 '일을 계획하여 시작하거나 펼쳐 놓다/여러 가지 물건을 늘어놓다(좌판을 벌이다)/전쟁이나 말다툼 따위를 하다'의 뜻을 가지고 있다.

'벌리다'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 '둘 사이를 넓히거나 멀게 하다(두 손을 벌리다)/열어서 속의 것을 드러내다(밤송이를 벌리다)/우므러진 것을 펴서 열다(자루를 벌리다)'의 뜻이 있다. 이 '벌리다'의 반대말은 '오므리다' '닫다' '다물다'이다. 둘째, (돈을)'벌다'의 피동형인 '벌리다'(새로 시작한 일은 돈이 잘 벌린다)가 있다.

대체로 일이나 잔치.사업.조사.좌판.싸움.논쟁 등에는 '벌이다'를, 간격.차이.손.양팔.입.틈새 등에는 '벌리다'를 쓰면 된다.

최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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