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역도 선수권 테헤란서 밤샘 "얘기 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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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국제 무대에서 우리 선수에게 무관심 내지 냉랭했던 북한 선수들의 태도가 최근 들어 돌변하여 주목거리.
지난달 싱가포르에서 열렸던 월드컵 축구 아시아 지역 예선에서 우리 선수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렸던 북한은 이란에서 열렸던 제21회 아시아 역도 선수권 대회 (11월4∼8일·테헤란)에서도 파격적인 친밀감을 표시했음이 13일 귀국한 한국 선수단에 의해 소개된 것.
대회 기간 중 조직 위원회가 배정한 테헤란의 아자디 그랜드호텔에 같이 투숙했던 남북한 (남한은 15·16층, 북한은 14·15층 사용) 선수단은 저녁이면 경기를 끝낸 양쪽 선수들이 삼삼오오 서로의 방을 오가며 우리측이 준비해간 라면을 끓여먹고 매일 새벽 3∼4시까지 얘기꽃을 피웠다는 것.
북한 선수들은 『정치 얘기는 재미없으니 운동 얘기나 하자』며 역도의 기술이나 훈련 방법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누다 우리 선수가 미팅이나 여자 친구 얘기 등을 해주면 신기해하면서도 그렇게 재미있어 할 수가 없었다는 것.
양쪽 선수들은 아랍식인 호텔 음식이 입에 맞지 않자 우리측이 준비해간 카레·꽁치통조림·멸치볶음 등과 북한 대사관이 매일해서 나른 쌀밥·물김치·닭튀김 등 서로의 음식을 모아놓고 같이 식사하는 등 뜨거운 동포애를 나누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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