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과 거리면 현실도피 다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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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TV는 일상생활의 일부인 동시에 우리의 일상을 비춰보는 거울이기도 하다. 특히 드라마는 현실의 일부를 영상매체에 옮겨놓음으로써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간접 경험의 영역을 넓혀주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 MBC-TV가 『푸른 계절』 후속으로 시작한 청소년드라마 『서울시나위』는 일상을 벗어난 얘기 일뿐 아니라 주 시청대상인 청소년들에게 일상을 벗어나라고 충동하는 듯하다.
『서울시나위』는 대학입시에 번번이 실패한 5수 생과 자동차정비공, 그리고 엄청난 유산을 상속하게될 재벌의 손녀 등 3명이 지프를 타고 무작정 떠나면서 일어나는 사건을 엮은 로드드라마(Road Drama).
『푸른 계절』이 가정과 학교 등 일상생활 속에서 생기는 청소년들의 관심거리를 하나씩 풀어나간 드라마인 반면 『서울시나위』는 일상을 탈피한 여행에서 생기는 일들을 다루고 있다. 따라서 『서울시나위』는 평범한 생활주변얘기보다 훨씬 자극적이며 당연히 흥미를 끌 수 있을 것으로 보이나 청소년드라마로서 줄 수 있는 교훈적 의미와는 거리가 멀 수밖에 없다.
『서울시나위』는 청소년드라마라는 타이틀과 달리 청소년얘기를 다루고있지 않다. 우선 주인공이 청소년이 아니라 20대 젊은 남녀들이다.
또 3명의 주인공들이 각자 처한 현실의 부조리에서 벗어나기 위해 택한 「무조건 떠나는 방법」이 가지는 지극히 현실 도피적인 함의도 간과할 수 없다.
청소년들을 자극하고 TV앞에 매어놓기 위해 『부조리한 현실이지만 참아내고 능동적으로 헤쳐가라』는 쓴 충고를 하기보다 『일단 거리로 뛰쳐나와 보라』고 유혹하는 것은 방송의 공적 책임을 망각한 시청률지상주의의 발로로 보인다.
길을 떠난 주인공들이 직면하게되는 여러 가지 현실의 어려움 들을 지나치게 희화적으로 처리하는 것도 청소년들에게 그릇된 간접경험의 세계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경계해야할 부분이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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